근로감독 결과, 갈 길 먼 드라마 제작현장
KBS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등 인기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 일부가 불법 연장근로를 하거나 서면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안은 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 제작 현장 스태프들을 일반적인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분류하는 업계 관행 탓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KBS에서 방영 중인 4개 드라마 제작현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스태프 184명 중 137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됐다고 17일 밝혔다. 해당 스태프들은 모두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56명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구두계약을 했거나 서면으로 업무위탁(프리랜서)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방송사는 대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드라마를 외주 제작해왔다. 외주 드라마 제작사와 프로그램 제작ㆍ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외주 제작사가 연출팀, 촬영팀, 제작팀 등과 도급계약을 맺어 진행하는데, 이때 각 팀장이 소속 스태프와 업무위탁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팀장으로부터 지휘ㆍ감독을 받는 근로자 성격을 지닌 스태프들이 근로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하기 쉬웠다. 이번 근로감독은 2월말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 지부의 청원 제출에 따라 이뤄졌다.
연장근로제한을 위반한 곳도 8개소가 적발됐다. 일례로 특정한 주에 1주 최대 33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한 스태프도 있었다. 1주일 평균 연장근로시간은 14.1시간으로 지난해 3개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평균 연장근로시간 28.5시간)보다는 감소했다. 하지만 이 역시 주 최대 연장근로시간(12시간)을 넘어선 수치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스태프들의 1주일 평균 근로시간은 12.2시간, 평균 근무일수는 3.5일이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준 곳도 3개소로 스태프 3명이 총 220여만원을 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편도인 고용부 근로감독기획과장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팀별 도급계약 방식에서 외주제작사가 스태프와 직접 계약하는 형태로 변하는 추세”라며 “정기적인 근로감독으로 노동조건이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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