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오전 9시 32분. “파이브(Five), 포(Four), 쓰리(Three), 투(Two), 원(One)” 카운트다운이 끝마쳐지자 4,900개의 모형 로켓이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쏘아 올려졌다. 같은 시간 88세의 전 우주비행사는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장 바닥에 앉아 과거를 회상했다.
미국이 1969년 7월 16일을 기념하는 열기로 뜨겁다. 달에 최초로 인류의 발자국을 남긴 아폴로 11호 발사 50주년을 맞아서다. 미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은 이날 아폴로 11호 사령선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를 50년 전 아폴로 11호가 새턴Ⅴ 로켓에 실려 발사된 케네디 우주센터에 초청했다. 콜린스는 나사TV와의 인터뷰에서 “돌아와서 기분이 좋다”며 “’나 혼자 여기 있다’고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버즈’ 올드린에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콜린스는 달착륙선에 탑승하지 못하고 달 궤도를 돌며 암스트롱과 올드린의 임무 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닐 암스트롱은 2012년 관상동맥 협착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했고 올드린은 이번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올드린과 콜린스는 달착륙 50주년(20일)을 앞두고 18, 19일 워싱턴에서 재회할 예정이다.
나사는 이 자리에서 아폴로 11호의 발사 장면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전 우주왕복선 사령관이자 현 케네디 우주센터장인 로버트 카바나는 2024년까지 첫 번째 여성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나사의 다음 달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대해 콜린스와 대화를 나눴다. 콜린스는 “달에 다시 가는 대신 화성에 직접 가고 싶다”고 감상을 말했다. 50년 전 발사 통제 센터에 있었던 통제관 500여명 중 100여명도 아폴로 11호 발사를 기념하기 위해 다시 뭉쳤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아폴로 11호를 달로 쏘아 올린 새턴Ⅴ 로켓을 조립했던 헌츠빌에서도 기념 행사가 펼쳐졌다. 아폴로 15호에 탑승했던 알 우든과 미국 로켓 공학의 아버지이자 새턴 로켓의 개발자인 베르너 폰 브라운의 후손들이 참석한 가운데 4,900여개의 모형 로켓이 최소 30m 이상 높이로 발사됐다. 이 행사는 새 기네스 기록을 작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미국이 우주 경쟁에서 구(舊)소련에 승리한 영광의 역사이기도 하다.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에서는 암스트롱이 착용했던 우주복을 새것과 같은 상태로 복원해 공개했다. 상태가 악화되면서 13년 동안 전시에서 제외된 이 우주복을 복원하기 위한 자금 50만달러는 모금 닷새 만에 완료됐다. 우주복 공개 행사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암스트롱을 ‘영웅’이라 지칭하면서 “미국인은 용기의 상징을 보전하면서 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을 기렸다.
한편 18일에는 인류가 달 표면에 발을 디딘 지 50주년이 되는 날을 앞두고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의 ‘타임라인 수첩’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다고 폭스뉴스가 15일 보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크리스티 경매 서적ㆍ수기류 책임자 크리스티나 가이거는 “인류가 달에 가지고 갔다 온 수첩”이라며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 착륙선에서 실시간으로 사용하면서 수기로 적은 기록이 남아 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크리스티 경매 측은 이 수첩의 낙찰 예상가로 700만~900만달러(약 83억~106억원)를 점쳤다. 다음 달에도 올드린이 소장했던 11가지 물품이 경매에 오를 예정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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