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문학사 담은 책 출간… 한국 작가 단편 실은 문예지는 3쇄 뜨거운 반응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인해 한일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한일 간 문학교류는 오히려 이전에 없던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한ㆍ중ㆍ일 최초의 공동 문학사가 집필되는가 하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실린 문예지가 이례적인 증쇄를 거듭하고 있다.
5월 출간된 ‘일본 문학사’ 3권 ‘’文’에서 ‘文學’으로-동아시아문학 다시 보기’(벤세이쇼보)는 한중일 문학 연구자 48명이 동아시아 3국의 역사를 ‘글(文)’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 최초의 한중일 공동 문학사다. 그간 공통의 문학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있었으나, 역사적 이슈에 대한 입장 차이로 공동작업이 쉽지 않았다.
당초 3권짜리 일본 문학사로 기획됐던 책은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대 문학사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전쟁과 식민지 경험을 공유한 동아시아 단위에서의 분석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미국 보스턴대 세계문학부 학장 데네케 뵙케 교수가 기획하고 일본 와세다대가 후원해 지난해 일본에서 세미나가 이뤄졌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 문학사가 집필될 수 있었다. 한국 필자로는 심경호 고려대 교수, 황호덕 성균관대 교수, 정민 한양대 교수 등 13명이 참여했고, 고노 기미코 와세다대 교수, 장보웨이 난징대 교수 등 일본과 중국의 저명한 학자들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국ㆍ페미니즘ㆍ일본’ 특집호로 꾸려진 일본의 문학 계간지 ‘문예’ 2019 가을호는 문학잡지로는 이례적으로 중쇄를 거듭하며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라바’의 니시 가나코 등 한일 작가 10명의 단편을 중심으로, 대표적 한국문학 번역가들의 대담과 에세이, 논고로 구성된 특집호다. 한강과 박솔뫼, 박민규 등 한국 작가가 ‘문예’를 위해 따로 쓴 작품과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소설도 함께 실렸다. 일본 문예지에서 해외 작가를 이만큼 다루는 일 자체가 드물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잡지 발매 전 미리 공개된 목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화제가 되면서 발매 첫날부터 일부 서점에서 매진사례가 이어졌다. 증쇄본 2,000부 역시 예약매진 사태가 이어지자 출판사 가와데 쇼보오신샤는 3쇄(3,000부)를 24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문예’는 1933년 11월 창간돼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문학잡지다. ‘문예’가 3쇄를 찍기로 결정한 것은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의 미발표 작품이 실린 1933년 창간호와, 2002년 겨울호 이후 세 번째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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