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소 ISIS 평가 2년 만에 역전 “日의 백색국가 제외 근거 없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민중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아베규탄 촛불집회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한상총련, 평통사 등 60여 사회단체는 오는 20일 오후 6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 제한 조치의 근거로 한국의 ‘캐치올’(Catch allㆍ상황허가)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됐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한국이 일본보다 캐치올 제도를 더 엄격하게 운용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캐치올 규제는 비(非) 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은 수출 시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은 한국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 조치 사유로 캐치올 수출 통제 제도 미비를 지적했다”며 “이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한국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부당하게 폄훼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12일 한일 실무자급 양자협의에서 반도체 핵심소재 3대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고 다음 달 우방국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캐치올 제도 부실을 이유로 제시했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보다 캐치올 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2001년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 가입을 마무리한 후 2003년 ‘전략물자수출입통합공고’에 캐치올 제도를 도입했고, 2007년 근거 규정을 대외무역법에 넣으며 법률로 격상했다. 반면, 일본은 해당 제도를 법률보다 한 단계 아래의 시행령에 포괄 위임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일 간 캐치올 제도를 통한 통제 대상 품목은 유사하지만, 국가별 적용은 한국이 더 엄격하다. 한국은 백색 국가에 비전략물자를 수출할 때에도 △인지(수출자가 대량파괴무기 등으로 전용될 의도를 안 경우) △의심(수입자가 해당 물품을 대량파괴무기 등으로 전용할 의도가 의심될 경우) △통보(정부가 상황허가 대상품목으로 지정ㆍ공표해 수출자에게 개별 통보한 경우)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면 수출자가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반면 일본은 백색 국가에는 3대 요건을 제외해주고, 이외 국가에는 인지와 통보만 적용하고 있다.

재래식무기에 대한 캐치올 제도에서도 한국은 백색 국가에도 인지와 통보 요건을 적용하는 반면, 일본은 3대 요건 적용을 모두 제외하고 있다. 유엔 무기 수출금지국에 대해서도 한국은 3개 요건을 모두 적용하지만, 일본은 최종용도에 대한 인지와 통보 요건만 지키면 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캐치올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은 미국 연구기관의 분석결과에서도 입증된다. 미 비영리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지난 5월 세계 200개 국가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제도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 ‘위험 유포 지수(PPI) 2019’에 따르면 한국은 17위, 일본은 36위였다. 평가 항목은 비확산 조약 체결 등 ‘국제사회와 약속’, 캐치올 제도 등 전략물자 무역을 규제ㆍ감시하고 불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법규, 전략물자 무역을 감시ㆍ발견할 능력, 확산 자금 조달을 막을 능력, 집행력 등 5개이다. 특히 ISIS 연구소가 이 지수를 처음 작성한 2017년에는 일본이 29위, 한국이 32위였지만 2년 사이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관리 수준이 눈에 띄게 개선되며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지난 16일 일본 정부에 서한을 발송해 국장급 전략물자 수출통제 협의체 개최를 다시 촉구했다. 앞서 진행된 과장급 양자실무협의에서 한 단계 격상된 것이다. 박태성 무역투자실장은 “앞서 일본 측은 협의 요청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기자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며 “우리는 언제든 양자협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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