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현지인들에겐 ‘꿈의 공장’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칠 순 없죠. 더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고 한국 교민들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치타공에 섬유·패션 분야에 특화된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립 초·중·고교뿐 아니라 섬유·패션 디자인에 특화된 대학도 가진, 말 그대로 ‘꿈의 도시’를 짓는 거죠.”
서남아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전세계 1,100여개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아웃도어 의류·장비 OEM제조업체 영원무역의 성기학(72)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성 회장은 방글라데시가 중국을 대체할 차기 제조업 주력국가로 부상하기 한참 전인 1980년 이곳에 진출해 약 40년간 사업을 이어온 인물이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의류수출 산업에 진출한 첫 외국기업으로 ‘세계 2위 섬유·의류 수출국’이라는 지금의 방글라데시를 함께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장을 철저히 현지화 해 다카 공장단지와 남동부 항구도시 치타공에 조성한 22개 공장 규모의 한국수출공업단지(KEPZ) 등에서 현지 근로자 6만4,000여명을 고용한 것이 영원무역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성 회장은 연 7%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최빈국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 방글라데시의 현실상, 단순 고용이 아닌 근로자들의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치타공 섬유특화도시 구상도 이런 맥락에서다. 성 회장은 “치타공에서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가족의 삶이 보장되면 우수한 인력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라며 “현지 근로자들의 교육·기술 수준이 높아질 수록 우리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방글라데시 고용 인력을 11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성 회장의 목표다.
다만 방글라데시 정부와의 법적 분쟁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치타공 KEPZ를 10년 넘도록 지나치게 대규모라는 이유 등으로 소유권 이전 허가를 하지 않고 있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13~15일 방글라데시를 공식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세이푸자만 쵸두리 국토부 장관을 만나 원만한 해결을 요청하며 지원사격도 했다. 성 회장은 “중국 임금이 높아지면서 방글라데시로 주문을 옮기고 싶어하는 브랜드들이 줄 서 있다”며 “KEPZ가 이런 수요를 따라 방글라데시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인 등 우리 교민들을 두루 위하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카(방글라데시)=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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