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도 매체 이름과 사례 거론하며 이례적 비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청와대가 국내 일부 보수 매체가 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포털에 전송하면서 제목을 악의적으로 고쳤다며 연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 수석은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매국적 제목”이라며 “책임 있는 답변”까지 요구했다.
조 수석은 15일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를 인용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일본어 번역 기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16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혐한(嫌韓) 일본인의 조회를 유인하고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제목 뽑기를 계속할 것인가”라며 “민정수석 이전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두 신문의 책임 있는 답변을 희망한다”고 썼다.
청와대도 17일 두 신문에 대해 “이게 진정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비판 입장을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선일보는 7월 4일 ‘일본의 한국 투자 1년 새 마이너스 40%, 요즘 한국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기사를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로 원제목을 바꿔 일본어판으로 기사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고 대변인은 이 밖에도 ▲7월 15일 ‘국채보상ㆍ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기사를 ‘해결책 제시 않고 국민 반일감정에 불 붙인 청와대’로 ▲7월 5일 ‘나는 선 상대는 악, 외교를 도덕화하면 아무것도 해결 못해’를 ‘도덕성과 선악의 이분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로 제목을 고치는 등 조선일보가 일본어판에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사례를 언급했다.
고 대변인은 “현재도 야후재팬 국제뉴스면에는 중앙일보 칼럼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른다’, 조선일보 ‘수출 규제, 외교의 장에 나와라’, ‘문 대통령 발언 다음날 외교 사라진 한국’ 등의 기사가 2, 3위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많은 일본인이 한국 기사를 번역한 이런 기사로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고 모두 각자 자리에서 지혜를 모으려고 하는 때에 무엇이 한국과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인지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5일 방송된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일본 내 혐한 분위기를 부추기는 국내 언론의 잘못된 보도 행태를 짚었다. 방송에서 일본 우익집회 참가자들은 한국 매체들의 보도를 거론하면서 “북한이 한국을 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뿌리부터 공산주의자다” 등의 주장을 했다. 한 일본인은 ‘반일로 한국을 망쳐 일본을 돕는 매국 문재인 정권’ ‘안타깝게도 한국인을 스스로 힘으로 광복을 쟁취하지 못했다’라는 내용이 담긴 조선일보 일본어판 칼럼을 보여주기도 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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