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에 지상무기를 판매하려는 미국 군수업체를 제재하기에 앞서 명분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미 정부가 중국과 맺은 합의를 깼다”며 제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업체를 향해서는 “무기 판매로 이득을 보려다 중국 시장을 잃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관영 매체는 1982년 미중 정상이 회담 후 발표한 ‘8ㆍ17 코뮤니케’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줄여나가기로 중국과 약속한 내용이다. 하지만 미국은 2015년 12월 대만에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의 무기를 팔았고, 이달에는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판매를 추진하면서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미 국방부가 지난달 공개한 ‘인도ㆍ태평양 전략보고서’는 2008년 이후 미국과 대만의 무기거래 규모가 22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한다고 명시했다. 중국 외교부가 줄곧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17일 “미국이 8ㆍ17 코뮤니케를 무시한다면 중국은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 군수업체를 향해서도 재차 실명을 거론하며 위협수위를 높였다. 지난 14일 스팅어 미사일을 판매하는 레이시온, M1A2 에이브럼스 탱크 제조사 제너럴 다이내믹스, 탱크 장비 업체 BAE와 오시코시, 민간 제트기 제작사 걸프스트림을 지목한 데 이어 에어컨 시스템을 만드는 하니웰까지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 시장에서 매출규모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인민일보는 “오시코시의 항공기 화재 진압 차량이 중국 60여개 공항에 배치돼 있다”며 “중국이 세계 2위 시장이라는 점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협박을 넘어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미국을 압박했다. 환구시보는 “대만 무기 판매에 관여한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과거 미국을 향한 제재 수단이 딱히 없었지만 이제 중국은 더 강해졌고, 국가이익을 지킬 수단을 갖췄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우리는 군수업체를 향한 정밀타격에 나설 것”이라며 “자신들의 행동이 중국에 해를 끼치는지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촉구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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