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관 등 규제 명분 오락가락에 “납득할 만한 근거 제시를” 지적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16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각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국민 중 66.6%가 자국 정부가 조치의 배경으로 주장하는 ‘부적절한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한국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17일 공개된 산케이(産經)신문과 후지TV 계열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부가 부적절한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공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6%가 “공표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3%였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자민당 강경파 의원들은 이달 초 언론 등을 통해 북한 연관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나,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12일 한일 수출관리 담당자 간 협의에서는 부적절한 사안과 관련해 전략물자가 북한 또는 그 우호국으로 밀반출된 것과는 관계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안전보장상의 이유’라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북한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하다시피 해온 산케이신문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아베 정부의 분명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비율로 나타난 점은 한일 갈등이 심화되는데 따른 일본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다만 일본 국민 다수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지지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 정부의 규제강화 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70.7%가 “지지한다”고 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14.9%에 그쳤다. 또 “한국은 신용 가능한 국가인가”라는 질문에는 74.7%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용 가능한 국가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12.1%에 불과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51.7%를 기록, 지난달 15~16일 실시한 조사 때보다 4.4%포인트 상승했다. 산케이신문은 “내각 지지율이 두 달 만에 50% 이상으로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15일 발표된 다른 매체들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보수ㆍ우익성향의 산케이신문과 후지TV는 아베 내각과 가까운 매체라는 점에서 다른 매체들에 비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산케이신문과 후지TV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물자 불법 수출 적발 자료를 가지고 북한과의 연관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 온 매체들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타당한지에 대한 조사 결과도 상대적으로 정부 조치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앞서 13~14일 실시된 아사히(朝日)신문 조사에서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56%였고, NHK(5~7일 실시) 조사에선 45%, TBS 계열 JNN 조사(6~7일 실시)에서는 58%였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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