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은 부인인 가수 거미에게서 전라도 사투리 연기 도움을 받았다. “사투리는 억양이 드세거나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더라고요.”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하루를 살아도 사람처럼 살다가 사람처럼 죽는다 이말이여.”

조정석(39)은 눈빛을 반짝이며 대사를 읊었다.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우금치 전투를 앞둔 동학농민군 별동대장 백이강의 연설 중 한 부분이다. 신분 차별을 받았던 얼자로서 한과 설움을 털어놓는 장면을 연기하던 중, 대사를 채 잇지 못할 만큼 울컥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조정석에게 ‘녹두꽃’은 의미가 깊은 드라마였다. 서울 태생인 그는 기억에 남았던 대사를 전라도 사투리로 연달아 소개했다. 아직 백이강의 여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듯했다.

조정석은 ‘녹두꽃’으로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드라마부터 시작해 영화와 뮤지컬까지 넘나들었던 그였지만,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정석은 드라마에서 아버지 백가의 수족에서 동학농민운동 의병장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의 변혁에 발맞춰 바뀌는 감정 변화를 훌륭하게 표현했다는 평이다. 조정석은 ‘녹두꽃’이 축복과도 같은 드라마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신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예전에는 어떤 작품이 기억에 남느냐고 물으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것이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감히 고를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만큼 뜻 깊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녹두꽃’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극의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히던 밤샘 촬영도 거의 없었다. 조정석은 “촬영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배우 입장에선 촬영 순간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그간 찾기 어려웠다. 더욱이 ‘녹두꽃’은 전봉준 장군이 아닌 백이강을 비롯한 민초의 고군분투를 전면에 내세웠다. 조정석도 틈틈이 동학농민운동 역사에 대해 공부하며 연기를 했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이 당시 역사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더불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감동이 됐기를 소망했다. 조정석은 “이미 알고 있었던 역사인데도 마음 속에서 희망이 느껴졌던 드라마 마지막 장면이 특히 좋았다”며 “배우와 스태프 모두 ‘녹두꽃’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무언으로는 모두 똑같이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올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31일에는 대작 영화 ‘엑시트’가 개봉하며,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가제) 출연을 확정했다. ‘녹두꽃’은 우금치 전투를 포함 여러 전투 장면까지 있었다. 하지만 조정석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무대 공연에서 서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조정석은 “휴식도 꿀맛이지만,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 쉬지 않고 했던 것 같다. 오히려 바쁜 시기에 몸이 아프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굴곡이 크고 화려한 역할을 해봤으니, 다음 작품은 소소한 인사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추후에는 스릴러나 멜로뿐만 아니라 코미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