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만을 겨냥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자국의 통상백서엔 보호주의 확대를 우려했다. 일본뿐 아니라 국제 언론들로부터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NHK와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6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장관은 이날 각료회의(국무회의)에서 2019년판 통상백서를 보고하고 이를 승인 받았다”고 보도했다. 통상백서에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에서 보호주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활동의 정체로 연결돼 세계 경제의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공황의 영향을 받았던 1930년대 전후와 미일 간 무역마찰이 격화했던 1980년 전후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주의 물결이 세 번째 피크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언론과 일본 언론들은 이번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안보상의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일방적 보호주의 행태와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무역 원칙을 주창하다 폐막 이틀 뒤에 이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자국의 백서에선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이중적인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백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20개국(G20)에서 관세 인상 등의 무역 제한 건수는 2017년에는 월 평균 3건이었지만 2018년 5~10월에는 8건으로까지 증가했다. 수입제한 대상이 된 품목의 누적금액은 2017년 10월~2018년 5월 740억달러에서 2018년 5~10월에는 4,810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백서는 다자간 무역체제 기능이 저하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국제무역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보호주의가 대두하는 배경으로 중국에 의한 산업 보조금 등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백서는 특정산업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면서 과잉 생산을 초래,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하면서 상대국의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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