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의 부활을 자찬하면서 특히 일본의 협조를 거론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 문제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시점이 미묘한 탓이다. 한일 관계와 관련한 명시적 언급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에도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를 거론한 바 있어 예사롭게 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린 ‘연례 미국산 제품 전시회’에 참석해 “지난 한 해 동안 증가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20년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라면서 “이번 정부에서 전체 일자리 중 제조업 일자리 비중 확대는 반세기 동안의 다른 어떤 행정부보다 많다”라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등 국가들은 나의 요구, 지시, 뭐라 불러도 상관은 없겠으나, 이를 확실히 듣고 있다”면서 “그들은 미국에 지금 엄청난 공장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조업의 놀라운 부활”을 내세우는 자리에서 사실상 ‘일본의 공(功)’을 말한 셈이다. 이날 연설 중 일본이 언급된 것은 단 한 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미 투자를 압박해 온 상황이라 다른 나라들에 은연중 시그널을 보냈다고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 중 일본을 특정해 언급했다. 12일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찾아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의회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에서 그는 “기업들이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일본과 다른 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구체적으로 거론된 나라는 일본뿐이었다.
미국은 한일 갈등에 대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면서도 현재까지는 “중재나 관여할 계획은 없다”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제조업 부활 성과’를 자랑하면서 거듭 일본을 콕 집어 거론하자 시점이 공교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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