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 연합뉴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안보를 구실로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방법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일본이 자유 무역을 깨면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댄다. 익숙하게 들리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움직임은 무역을 곤봉으로 바꿔버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아베 총리가 수출제한 조치를 내릴 때 국가안보에 대한 구체적이지 않은 우려를 제기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무역중단 수단으로 국가안보를 활용하는 국가대열에 일본이 합류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는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근간”이라고 말한 지 단 이틀 만에 제재조치가 발표된 점도 강조했다.

NYT는 그러면서 일본의 이번 조치가 수십 년 간 글로벌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무역규칙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1919년 경제 대공황을 악화시켰던 무역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제무역규칙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을 제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긴 했으나, 대부분 정부는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국가안보 개념이 모호해 자칫하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에 반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유럽과 일본 자동차를 안보위협으로 규정했으며, 멕시코가 이민자를 더욱 강력하게 단속하도록 관세 위협을 가했다. 러시아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와 무역전쟁을 벌였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카타르를 겨냥한 무역제한 조치를 설명하기 위해 국가안보를 끌어들였다.

이 같은 상황에 일본마저 트럼프식 무역정책을 따라 하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NYT에 “일본이 수출 제한을 안보 관련 움직임으로 규정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머큐리오 홍콩 중문대학 국제법률학 교수 역시 “(무역규제가) 너무 자주 사용되면 국제 무역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며 “1~3개국이 아니라 10~15개국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 규칙이 의미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