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기본원칙 환기시켜… 일본의 부당한 조치 공감 끌어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대(對)미국 설득 포인트는 ‘민주주의 국가와 삼권분립’에 있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요구는 입법ㆍ행정ㆍ사법이 독립적인 지위 속에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룬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시키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여권 등에 따르면 김 2차장은 지난 15일 3박 4일간의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 방미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사법부 판결에 행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삼권분립이라는 원칙을 미국 측을 설득했고, ‘데모크라시(민주주의)’에 익숙한 미국 측이 설명을 다 이해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등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요구, 뒤이은 일본의 경제적 보복 조치가 민주주의 원칙의 근간을 이해하지 못한 일방적 처사라는 점을 민주주의 국가의 상징인 미국에 환기시킨 셈이다.
김 2차장이 지난 13일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떠나기 전 “(미국 측 인사들은) 일본의 부당하고 일방적인 조치가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에 대해 ‘좀 세게 공감했다’”고 말한 대목도 미국이 설득에 충분히 공감했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도 15일 미국이 한일관계에 “‘인게이지(Engageㆍ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적극적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보복 조치의 배경인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게 설득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에 삼권분립 원칙을 설득한 건 포인트를 잘 잡은 것”이라며 “미국은 물밑에서 한일 양국에 협의의 장으로 나가게끔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문제를 풀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과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 밖에서도 여러 아이디어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고 말한 것도 미국 내 움직임을 고려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