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첫마을 ‘10년 공공임대’ 아파트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기 분양 전환된다. 올해 300여 세대를 시작으로, 수년 간 세종시에서만 총 4,000여 세대가 잇따라 조기 분양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LH 등에 따르면 2012년 10년 공공임대로 공급한 세종시 첫마을(한솔동) 4단지를 전국 최초로 조기 분양 전환한다.
첫마을 4단지는 2012년 6월부터 8월 322세대가 입주한 공공임대 아파트다. 당초 분양전환 시기는 임대 의무기간 10년이 도래하는 2022년 9월 1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4단지 측은 세종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도 판교와 강남, 수원, 분당 등 수도권 10년 공공임대처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며 조기 분양을 강력 요구해 왔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이를 적극 검토한 끝에 지난 5월과 7월 주민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조기 분양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4단지 측은 지난 12일 주민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현재 임차인 위임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안영화 4단지 임차인대표회장은 “많은 임차인들이 위임장을 내고 있다”며 “이 작업을 조만간 마친 뒤 감정평가를 거쳐 LH와 분양 전환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기 분양 전환은 연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2~3개월이면 감정평가 작업이 끝나고, 이의 신청 등의 절차를 거치더라도 4개월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LH가 10년 공공임대를 조기 분양 전환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공공주택특별법 상 10년 공공임대는 임대 의무기간의 절반(5년)이 경과하면 임대사업자(LH)와 임차인 간 협의를 거쳐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LH는 하지만 임대주택 재고율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 등을 들며 조기 분양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로 인해 2009년 10년 공공임대가 공급된 이후 지금까지 조기 분양전환은 아예 없다.
LH가 ‘조기 분양전환 불가’ 방침을 깬 것은 최근 전국적 이슈로 부상한 ‘판교발 10년 공공임대 논란’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판교에는 200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10년 공공임대가 공급됐다. 입주 10년이 지나 분양 전환 시점이 도래한 올해 아파트 가격이 분양 때보다 2~3배 가량 폭등했다. ‘10년 공공임대는 시세를 감안한 감정평가액 이하로 분양 전환가격을 정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는 ‘건설 원가’와 ‘감정평가액’의 평균값으로 분양전환가가 산정되는 5년 공공임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LH는 결국 세종시 10년 공공임대가 판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원하는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기 분양 전환을 전격 결정했다.
세종시는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중앙부처 추가 이전 등 각종 대형 호재로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첫마을을 포함해 4,000여 세대에 달하는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입주 10년 후 분양 전환하게 되면 판교와 같은 문제가 고스란히 재현될 수 있다고 LH는 판단한 것이다.
LH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는 만기 분양 전환을 하면 서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원하는 임차인을 상대로 조기 분양 방침을 정했다”며 “세종은 물론, 전국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감정평가를 통해 가격 산정 방식은 종전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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