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족,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주장…김준기 측 “합의된 관계”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DB그룹(옛 동부그룹) 창업주인 김준기(75) 전 회장을 즉각 체포해 법정에 세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가 불거지기 직전 미국으로 출국했고, 미국에 있는 그를 체포하지 못한 경찰은 비서 성추행 및 가사도우미 성폭행 의혹 사건을 지난해 5월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였던 A씨 자식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DB그룹 전 회장 김준기의 성범죄 피해자 가족입니다. 제발 그를 법정에 세워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을 올린 글쓴이는 “(성폭행) 고발 이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가해자와 수사기관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렇게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시 별장에서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 지난해 1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의 자식은 청원글에서 “어머니는 이혼 후 자식 둘을 혼자 떠안고 일자리를 찾던 중 생활정보지에서 우연히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광고를 보게 됐다”면서 “그 곳이 김 전 회장의 집이란 건 한참 후에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의 범죄 행각을 소상히 밝히고 나섰다. 처음엔 김 전 회장의 행동이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점차 가사도우미 A씨 곁에서 일본산 음란물을 거리낌없이 틀거나 “재미있었다, 좋았다”고 내용에 대해 말해왔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또 “(김 전 회장은)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아나. 강간 당하는 걸 제일 원한다’라는 사회지도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여성관을 담은 말들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A씨 측 주장에 대해 김 전 회장 측은 '합의된 관계’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또 A씨에게 합의금을 줬는데, 추가로 거액을 요구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은 해고를 당했고, 이 때 생활비로 2,200만 원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김 전 회장이 성폭행 사실을 숨기려고 합의를 종용해왔다며 계좌 내역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A씨의 자식은 “김 전 회장과 그의 하수인들은 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그때 그 일들은 합의 하에 있었던 일이라며, 자신들은 오해를 살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안에서 보고 들은 어머니와 관련 없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라고 당시 생활비를 받았던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일 년이 지나고 억울하고 분한 상처들로 고소를 결심하신 어머니가 저에게 김준기 집에서 당했던 일들을 말하시며 법으로 할 수 있게 도와 달라 하셨다”고 청원 배경을 밝혔다. A씨의 자식은 “어머니는 그 집에서 나오면서 들었던 말을 해주셨다”며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고발당하면 끝이지만, 경제인들은 그냥 잊혀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 전 회장은 경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막강한 재력을 이용해 여권이 무효화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호의호식하며 지냈다”며 “경찰 쪽에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았지만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고, 김 전 회장이 국내에 들어오면 공항에서 바로 체포된다는 하나마나 한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준기가 본인 말대로 그렇게 떳떳하다면 합의하자는 말하지 말고, 핑계대지 말고, 즉시 귀국하여 수사 받고 법정에 서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김준기를 체포해 주셨으면 한다”고 글을 마쳤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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