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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여 필리핀에 버린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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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여 필리핀에 버린 한의사

입력
2019.07.16 14:00
수정
2019.07.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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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어린이집, 사찰에 보냈다가 되돌아오자

필리핀 고아원에 보내 4년 동안 방치

부부, 아들 버린 혐의 일체 부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40대 한의사가 정신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들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 등지에 수년 동안 유기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됐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윤경원)는 이 같은 혐의로 40대 한의사 A씨를 구속기소하고, A씨의 아내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3월쯤 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된 자신의 아들(현재ㆍ14)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경남 마산지역의 한 기숙시설을 갖춘 어린이집에 1년, 2012년 여름쯤부터는 충북 괴산의 한 사찰에 1년 수개월, 2014년 11월부터는 필리핀의 고아원 등지에서 4년 가량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폐 증세를 보이던 자신의 아들을 어린이집과 사찰에 맡기면서 아들의 나이, 부모의 이름, 주소 등을 일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침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던 어린이집원장과 사찰 주지가 아이의 정신이상을 호소하면서 “아이를 되찾아가라”고 여러 차례 연락하자 A씨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들을 데려왔다.

국내에서 아들을 유기한 후 되찾아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A씨는 아들의 이름을 바꾼 뒤 “편부 슬하의 코피노”라고 속여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게 된 필리핀 한인 선교사를 마닐라에서 만나 돈 3,500만원 가량과 함께 아들을 현지에서 인계했다. A씨는 귀국하면서 아들의 여권까지 가지고 온 뒤 연락처까지 바꿨다고 검찰은 말했다.

필리핀에 남은 아이는 한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고아 수용시설에서 3년 6개월을 생활하다 한인 선교사가 다른 나라로 선교를 가게 되자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옮겨져 6개월 가량을 지냈다. 검찰은 “이 기간 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버려질 당시 경도 자폐 수준이었던 아들은 중증의 정신분열 상태로 악화되고, 왼쪽 눈마저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새로 옮긴 고아원에서 아들은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났다. 이를 고민하던 고아원 측은 주변 지인에게 상담을 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 아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돼 지난해 8월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이 올라갔다. 같은 해 11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아동유기로 의심되는 사건으로 여겨 수사를 의뢰했다. 피해 어린이와 당시 아이를 인계 받은 선교사, 부모 등에 대한 경찰 수사와 검사의 보강조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A씨 부부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 능통자를 만들고자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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