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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식 불법 천막농성 ‘악순환’...고민깊은 1000억대 새 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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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식 불법 천막농성 ‘악순환’...고민깊은 1000억대 새 광화문광장

입력
2019.07.16 17:24
수정
2019.07.16 21: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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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화당 불법 천막 농성, 치고 빠지는 형태로 변질…장기화 가능성 내비쳐

행정대집행 등에 따른 인원 배치로 시정 업무 공백 불가피

2021년 1,000억원대로 추진 중인 ‘새로운 광화문광장 프로젝트’에도 부정적 이미지

서울 광화문광장에 불법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예정된 16일 새벽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자진 천막 철거 이후 집회에 나선 당 관계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에 불법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예정된 16일 새벽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자진 천막 철거 이후 집회에 나선 당 관계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광장’에 대한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변질된 불법 천막 농성 여파에 야심 차게 추진 중인 1,000억원대 ‘새로운 광화문광장 프로젝트’ 차질까지 우려되면서다.

16일 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내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의 불법 천막 4개동은 행정대집행 직전인 이날 오전 5시께 자진 철거됐다. 시에서 2차례의 계고장을 보낸 이후 강제 철거가 임박하자, 우리공화당측에서 스스로 천막 농성을 접었다. 이로써 행정대집행에 나섰던 경찰측과 광화문광장 천막을 설치했던 우리공화당측의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천막 농성은 두 달 전부터 출몰했다. 3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한다는 명분 하에 5월10일, 불법으로 설치된 게 시발점이다. 이후 지난 달 25일 행정대집행으로 우리공화당의 천막을 강제 철거했지만 같은 날, 더 큰 규모의 천막 2개동이 설치됐다. 지난달 29~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점에 맞춰 인근 청계광장으로 옮겨졌지만 이달 6일 재등장한 우리공화당 천막 농성은 4개동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악순환의 가능성에 있다. 무엇보다 우리공화당측의 광화문광장내 불법 천막 농성 사수 방침이 확고하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광화문광장 천막 농성의 자진 철거 직후 “천막은 우리가 치고 싶을 때 다시 치겠다”며 “곧 8개동을 다시 칠 것인데, 그걸 철거하면 160개를 칠 것”이라며 지속적인 광화문광장 천막 농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습적인 천막 설치’→’계고장 수령’→’행정대집행 직전, 자진 천막 철거’ 등의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농성을 반복하겠단 의미로 읽힌다.

이에 대한 시의 대처 역시 강경하다. “불법으로 설치된 천막 농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광장 권리가 다시금 침해되지 않도록 광화문광장에 한동안 현장 경계 근무를 강화하고 불법 점유로 인한 모든 비용 역시 우리공화당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단호한 방침을 천명했다. 광화문광장내 천막 농성 설치 및 철거와 관련, 당분간 우리공화당측과 시의 공방은 지속될 공산이 크단 얘기다. 시에서 우리공화당에 광화문광장내 불법 천막 농성으로 청구할 비용은 약 4억원에 달한다.

우리공화당측의 행보에 맞대응 의사를 밝혔지만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시의 고심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신경전에 따른 내상이 적지 않다. 시 관계자는 “이미 앞서 진행됐던 우리공화당 광화문광장내 천막 철거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로 여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며 “광화문광장 사태와 관련한 이런 인명 피해도 결국엔 시의 행정력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시에선 이번 2차 행정대집행에 경찰과 함께 투입될 600명의 인력 차출 계획과 함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별도 교육까지 진행했다. 그 만큼, 시정 업무에서의 공백은 불가피했던 셈이다. 추가 출혈 또한 감수해야 할 시의 몫이다. 우리공화당측에서 향후 광화문광장내 천막 농성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어떤 불법도 묵인할 수 없다"며 "향후 (광화문광장내)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 사태는 2021년을 목표로 진행 중인 ‘새로운 광화문광장 프로젝트’ 수행에도 부정적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세종대왕상’ 이전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정차역 추가 건립 등의 굵직한 현안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로 업무 집중력은 저하된 상황이다”고 귀띔했다. 광화문광장에 대한 이미지 훼손도 걸림돌이다.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천막 농성이 시작된 이후 16일 현재까지 고성이나 폭언, 시비 등과 관련해 시에 접수된 민원은 361건으로 집계됐다.

시에선 연내 ‘새로운 광화문광장 프로젝트’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부터 공사에 착공, 2021년 준공도 끝내겠다는 복안이다. 이 프로젝트엔 총 1,040억원(서울시 669억원, 문화재청 37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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