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기씨가 2017년 공개한 불에 그슬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일부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08년 처음 공개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을 둘러싼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이 국가 소유라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씨가 국가에 넘겨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11일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 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초 해례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해례본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8년 배씨가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배씨 주장과 달리 골동품 판매상인 고(故) 조모씨가 “배씨가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소송전이 벌어졌다. 민사소송은 조씨 승소로 확정됐고, 승소한 조씨는 2012년 상주본 소유권을 국가에 기증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회수하려 했으나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배씨의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1심은 배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한 것이다. 배씨는 무죄 확정판결을 근거로 상주본 소유권을 주장하며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이 이뤄져선 안된다는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1ㆍ2심은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상주본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 줬고,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해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배씨는 대법원 판결 후 YTN 등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해 4개 청구에 대한 소를 했고, 문화재청에 대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는 한 게 아니다”라며 “(상주본의) 가치가 1조 원에 이르는 만큼 최소 1,000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것으로,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같은 책이다. 11년 전 존재가 드러났으나 배씨가 상주본 일부를 공개했을 뿐 소장처를 밝히지 않아 지금까지 실물이 확인된 적은 없다. 2015년 배씨 집에서 불이 났을 당시 일부가 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배씨는 집안에서 상주본을 꺼내 자신만 아는 곳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배씨를 계속 설득하고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회수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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