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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천 수돗물 사태와 플라스틱 폐기물

입력
2019.07.1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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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태국 코 팡안의 플라스틱 폐기물.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2월 태국 코 팡안의 플라스틱 폐기물. ©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 폐기물은 지구를 위협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중 상당한 양을 차지하는 것이 먹는 샘물을 담는 페트병이다. 먹는 샘물 때문에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 물량이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수천만 개에 이른다. 국내에서 팔리는 먹는 샘물의 양을 500㎖ 페트병으로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매일 4000만개, 연 150억개의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는 꼴이다.

유럽은 가장 적극적으로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 런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음수대 설치 운동은 주목할 만하다. 음수대 설치의 가장 큰 목적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올봄부터 테임즈 워터와 협력해 내년 말까지 100개의 음수대를 런던 도심 주요 지점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미 작년에 설치한 23개의 음수대 덕분에 12개월 동안 13만8000개의 1회용 플라스틱 병이 폐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음수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광장이나 쇼핑센터 등에 설치된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음수대를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병물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먹는 샘물 시장은 조만간 2조원이 넘는 정수기 시장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만큼 페트병 폐기물도 늘어난다.

인천 수돗물 사태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온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먹는 샘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늘리고, 이는 엄청난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로 이어진다.

녹물 수돗물 사태로 전국의 상수도에 비상이 걸리자, 이에 맞추어 다양한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노후관을 교체해야 하고, 고도 정수처리를 해야 한다는 대책들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관리 인력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질책도 나오고 있다.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대책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인천 녹물 수돗물 사태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상수도에서 녹물이 나오는 것은 우리가 주기적으로 겪는 일이다. 물탱크를 청소하거나 배관을 교체할 때 녹물이 나오는 것은 수도시설 유지관리의 한 과정이다. 상수도 배관 청소 때문에 하루 이틀 녹물이 나온다고 미리 고지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감내한다. 인천 수돗물 사태는 녹물이 발생한 것보다는 녹물이 발생한 이후의 대응이 문제였다. 시민들에게 원인과 대책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못한 채 무방비로 있게 했고, 녹물 발생은 20일이 넘게 지속되었다. 병물과 물차로 물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응급조치였다. 당연히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다.

이런 문제들이 단지 노후관 교체나 관리 인력의 전문성 제고로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수도 시스템의 구조 자체가 문제는 아닌가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상수도 시스템은 전형적인 중앙집중형 시스템이다. 하나의 대규모 정수장에서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십만 명에게 물을 공급한다. 하나의 수원, 하나의 정수장, 하나의 관망시스템에 전체 도시가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급속히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의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집중형 시스템은 비상시 다른 대책이 없어 큰 위기에 빠지기 쉽다. 다양한 대형 사고의 가능성 속에서 살아야 하는 위기의 시대에 다중 안전장치가 없는 대규모 중앙집중형 시스템은 더 이상 최선의 시스템이 아니다. 비상시 대량의 병물에 의존해야 하는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막연히 논의되었던 분산형 시스템 등 새로운 수도 시스템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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