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16일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던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이 법을 근거로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직장 괴롭힘을 내용으로 한 ‘1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이날 아나운서들의 사정을 해당 법 위반 1호 사건으로 진정(고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해 고용부가 발표한 괴롭힘 유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ㆍ승진ㆍ보상ㆍ일상적인 대우 등을 차별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등이 포함되어 있다. 류 변호사는 “사측은 이들을 별도 사무실에 격리한 채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고,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 접속을 차단하는 등 고용부가 밝힌 직장 내 괴롭힘 대표 사례에 해당한다”고 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지난해 4월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으나 같은 해 9월과 올해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따라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 MBC는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아나운서들은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과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리고 올해 5월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하면서 이들은 현재 MBC 상암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에도 아나운서들은 “회사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MBC 사옥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콘텐츠사업국 안 별도 공간에 이들을 분리 배치했고,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 접속도 불가능하다. 아울러 회사로부터 “소송이 끝날 때까지 업무를 줄 수 없다”는 통보도 들었다는 것이다.
MBC 측은 이에 대해 “7명이 한 번에 복귀하는 바람에 사무 공간이 부족해 모두를 함께 배치하기 구조적으로 어려웠다”며 “이전 경영진은 (파업 참가 인력을) 일산으로 보내는 식이었지만 우리는 같은 건물 안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내 네트워크 차단 및 업무 배정과 관련해선 “법적으로 근로자 지위에 대해 다투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 아나운서 자원들이 넘쳐나 새로 배정할 업무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직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 중인 것도 아닌데 법 위반이라고 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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