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자카르타 도심 집회에 참석한 한 여성의 모습. 신화통신

인도네시아 한 이슬람대학에서 강사로부터 강간을 당할 뻔한 피해 여성이 오히려 수술용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와 공감은 못할 망정 죄인 취급하는 일부 강사와 학생들 때문이라고 한다.

16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한 지방 이슬람대학의 학생인 A씨는 강사 B씨의 강간 시도를 대학생언론사이트에 알렸다. 가족과 친구, 여성인권단체의 지원을 받았다. 사건이 알려지자 A씨가 첫 번째 피해자가 아니었고 B씨로부터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랐다. 학생들의 시위와 캠퍼스 밖 단체들의 연대에 힘입어 B씨는 대학에서 퇴출됐다. 비록 익명으로 고발했지만 A씨의 행동은 그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A씨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자카르타포스트에 말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B씨의 정부(情婦)가 아니었냐”고 비꼬았고, 일부 강사들은 “폭행을 즐겼는지” “거짓말을 한 건 아닌지” 거듭 물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 공개적으로 A씨에게 폭행 사건을 질문하고 훈계한 교수도 있었다. 다른 피해자들도 A씨와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결국 A씨가 택한 방법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수술용 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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