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첫 언론 시사회
“소헌왕후(고 전미선)의 천도재를 찍는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전미선의 사망 등) 개봉까지 너무 안타깝고 슬픈 과정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밀려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영화의 어떤 슬픈 운명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슬픈 영화가 아니라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얘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송강호)
“전미선 선배님에 대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해서 영광입니다.”(박해일)
배우 전미선은 지난달 29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만,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전미선과 함께 연기했던 동료 배우들은 고인을 잊지 못했다.
송강호와 박해일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열린 ‘나랏말싸미’의 언론시사회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전미선을 추모하기 위한 차림으로 보였다.
전미선은 영화에서 세종대왕(송강호)의 아내인 소헌왕후로 나온다. 세종대왕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지만, 남편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내조하는 ‘철의 여인’이다. 전미선은 인자한 미소와 함께 한글 창제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극을 빛낸다. 소헌왕후는 세종과 신미(박해일) 스님의 한글 창제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는 주요 인물이다.
전미선이 극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배우였던 만큼, ‘나랏말싸미’의 조철현 감독에게도 고인은 각별했다. 조 감독은 전미선과의 추억을 얘기하다 목이 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전미선이 작품에 남긴 ‘선물’ 얘기를 어렵게 꺼냈다. 조 감독은 “영화에서 소헌왕후가 한글 창제에 주춤한 세종대왕에게 ‘백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라고 한 말이 있다”며 “도저히 만들어지지 않는 대사였는데 전미선이 직접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된 영화의 마지막엔 자막으로 ‘아름다운 배우, 고 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자막이 뜬다. ‘나랏말싸미’의 제작사 두둥의 오승현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했던 전미선의 비보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오 대표는 “영화 개봉 시기를 두고 유족과도 얘기를 나눴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를 많은 분과 함께 보고 추억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개봉(24일)을 예정대로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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