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승적 차원서 어떤 회담이든 수용”
청와대 제안 ‘1+5회담’ 성사 가능성 커져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여야 대표들이 참석하는 영수회담이 이르면 오는 18일에 열릴 전망이다. 영수회담은 지난해 3월 문 대통령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 이후 1년 4개월 만으로, 문 대통령과 황 대표가 회담장에서 마주앉는 것은 처음이다. 황 대표는 올해 2월 대표 취임 이후 문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요구해 왔다.
황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논의를 위한 청와대 회담을 제안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회담이라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 상황에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당초 제안한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 응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청와대는 앞선 제안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곧바로 확인, ‘1+5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해찬 대표도 “지금이라도 여야 5당 대표와 대통령이 모여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일본의 경제 보복 등에 대해 초당적 대화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5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열어 영수회담 시기ㆍ의제 조율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일본의 경제 보복과 남북미 회동을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원포인트 회담을 주장한 반면, 한국당은 일본 문제를 포함한 국정 전반을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교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 등 인사 문제와 정부의 경제 실정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대표와 황교안 대표 모두 일본의 무역보복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회동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일본의 무역보복과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과 관련된 내용을 주요 의제로 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회동을 하는 게)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피해 때문이니 그게 주된 주제가 된다. 기왕에 만나는 자리이니 국정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해석을 달리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어 ‘북한 목선 사건이나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국 국정 전반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나”라며 여지를 남겼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도 “박 사무총장과 저희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민주당은 축소지향적으로, 야당은 확대지향적으로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하루 만에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영수회담이 금명간 열려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의제 때문에 회담이 불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여야는 회담 날짜로 18일을 잠정 결정하고 청와대의 반응을 기다리기로 했다.
황 대표가 ‘1대 1 영수회담 요구’에서 물러선 것은 본인의 리더십 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의도다. 그는 2월 당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데 이어 4ㆍ3 재보선에서 선전했지만,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고투하는 등 존재감이 미약해졌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한계에다 ‘아들 저스펙 발언’을 비롯한 말 실수, 당내 계파 갈등이 겹친 탓이다. 더구나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거대한 ‘외환’이 닥친 상황이라 문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만 고집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컸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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