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외교부 당국자 “美, 한일 관여 필요성엔 공감”
미국이 한일관계에 “인게이지(Engageㆍ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적극적으로 중재할 순 없지만 한일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 상황이 악화되어 양측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미국이 인게이지해서 일본이 상황을 더 악화하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국무부 및 주요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만나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와 이에 대한 한국의 입장 등을 논의했다.
당국자는 일본이 정무적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 조치를 동원한 첫 사례라는 점을 미국에 강조하며, 이달 18일, 21일, 24일을 계기로 일본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18일은 일본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해 답변해야 하는 시한, 21일은 참의원 선거, 24일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관련 의견 수렴 시한이다.
한국의 설명을 들은 미국은 “한일 상황이 악화해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하며 “어떤 합당한 역할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여 방식’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당국자는 “(문제가 더 심각해져서) 한미일 공조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차단할 필요가 있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미 여건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지만 이미 미국은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아시아 순방에 맞춰 12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차관보급 협의를 갖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미국은 “한일 모두 미국에 가까운 우방국이므로 한쪽 편을 들긴 어려울 것이다”라는 솔직한 의견도 털어놨다고 한다. 당국자는 “중재는 결과에 대해 구속성이 강한 것이고, 조정은 (양측) 입장을 조정하는 측면이 있는데, 미국은 (한일 중) 어느 편도 들기 어렵기 때문에 두 가지 활동을 대놓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자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제3자인 중국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설명했다고도 했다. 한국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일본이 공격할 경우, 2025년까지 반도체 등 10개 첨단제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중국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이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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