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베트남 시장…중소기업 진출 돕는 롯데

“빠른 경제 성장에 한류 열풍 영향이 더해져 한국 브랜드가 잘 될 거라고 쉽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지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한 채 들어왔다 실패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지난 12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황경호 롯데백화점 호찌민법인장은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경제성장률 7.08%, 국내총생산(GDP)의 약 70%가 내수, 2030년 생산가능인구(15~24세) 69.5% 같은 ‘장밋빛’ 통계만 보고 의욕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 중 예상치 못한 난관으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0여년 전 베트남에 터를 잡고 백화점과 마트 운영 경험을 쌓으며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쇼핑이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파트너로 나서고 있다. 황 법인장은 “현지 라이프 스타일을 면밀히 분석하고 제품군별로 시장 침투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롯데백화점이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 판매 활동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은 상품의 90% 이상이 수입 브랜드다.

130조원 규모인 베트남 전체 유통시장 중 1.5%가 온라인 시장이다. 온라인 쇼핑 증가 속도와 높은 젊은 인구 비중을 감안하면 성장성이 크지만, 거래 방식이 한계다. 신용카드 보유율이 10% 미만인 탓에 거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 온라인 주문을 하면 배송기사가 오토바이로 물품을 배달하고, 소비자가 기사에게 현금을 직접 지불한다. 황 법인장은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의 약 90%가 상품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현실을 감안해 사업 비용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베트남 호찌민점 1층에 설화수와 숨, 오휘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오프라인에선 물류가 암초다. 남북으로 긴 국토를 종단하는 고속도로조차 없어 북쪽 하노이에서 남쪽 호찌민까지 트럭 운송에 4~5일 걸리기도 한다. 현지 물류업체 PTV의 전인태 차장은 “도로 구조도 대형 트럭보다 오토바이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어 물류 비용이 높고, 같은 제품에 대해서도 지역마다 세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통관 분쟁도 잦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14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 ‘산지 직송’ 전략을 택했다. 가령 롯데마트 호찌민점은 인근 껀터 지역 농장과 계약을 맺고 과일을 사들인다. 강민호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장은 “질 좋은 과일을 농장이 그때그때 가져다 주니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물류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또 베트남인 3,000여명을 고용해 현지 세관이나 유통업체들과 소통하고, 호찌민 외곽 빈증에 진출한 롯데로지스틱스와 함께 열악한 물류 인프라를 극복하고 있다.

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쇼핑 등의 현대적 유통채널 비중이 지금은 베트남 전체 유통 시장의 25%에 불과하지만, 2020년 40%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시장엔 이른바 ‘빅 바이어’가 없다. 국내 기업들이 영세한 바이어 다수를 일일이 접촉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종영 중소기업중앙회 전 베트남사무소장은 “상품을 현지에서 잘 팔아줄 전문 바이어를 찾으려 하기보다 서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같이 성장할 파트너를 만나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2층에서 한 직원이 국내 식품기업이 현지화한 면 제품의 시식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의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사무실에서 현지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지난 11일 베트남 호찌민 롯데레전드호텔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해외시장개척단 구매상담회에 참가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현지 바이어들을 만나고 있다.

중소기업이 베트남 진출 전 이런 어려움들을 미리 파악하거나 현지에서 대처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롯데쇼핑은 지난 10~13일 20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해외시장개척단을 이끌고 호찌민을 찾아 구매상담회를 열었다. 여기서 만난 고평화 평화유통 QC팀장은 “바이어들에게 개별 연락했을 땐 만나기 어려웠는데, 개척단을 통하니 바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크리스챤모드와 감로700, 몬테밀라노 3개 업체는 상담회에서 현지 바이어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MOU 총 규모는 130만달러(약 15억원)다.

호찌민=글ㆍ사진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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