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라딘’이 올해 세 번째 1,000만 기록을 세웠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알라딘’과 ‘기생충’ 사이에 끼여서 존재감을 잃었다.” 최근 극장가에서 자주 들려오는 우스갯소리다. 웃자고 하는 얘기이지만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14일까지 관객 668만5,323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하며 마블 슈퍼히어로의 ‘단독 영화’ 중에서 ‘아이언맨’ 시리즈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관객의 관심은 온통 ‘알라딘’과 ‘기생충’의 쌍천만 달성 여부에 쏠려 있다.

‘알라딘’이 먼저 과업을 이뤘다. 14일까지 누적관객수 1,016만1,343명을 기록하며 1,000만 고지에 우뚝 올라섰다. 개봉 53일 만이다. ‘기생충’은 이날까지 991만9,838명을 불러 모아 1,000만까지 8만명을 남겨 두고 있다. 평일 관객수가 2만명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시일이 걸리더라도 1,000만 달성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극장들은 전망하고 있다. 본격 성수기도 아닌 5, 6월 상영 영화가 1,000만 관객 안팎의 쌍끌이 흥행을 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2015년 ‘암살’과 ‘베테랑’이 2주 차이로 개봉해 쌍천만 주인공이 됐지만 그땐 여름 성수기였다.

‘알라딘’은 ‘극한직업’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올해 3번째 1,000만 영화다. ‘기생충’까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상반기 개봉작 중에 1,000만 영화 4편이 탄생하게 된다. 이 또한 한국 박스오피스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

영화 ‘기생충’이 1,0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CJ ENM 제공
올해 설 연휴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은 1,6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CJ ENM 제공

덕분에 전체 관객수도 크게 늘었다. 14일까지 올해 전국 극장 총관객수는 1억2,037만3,547명이다. 7월이 아직 보름가량 남았음에도 최근 5년간 7월 기준 극장 총관객수를 이미 뛰어넘었다. 수년간 2억1,000명대에서 정체돼 있는 연간 관객수도 올해 신기록을 세울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멀티플렉스 체인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흥행작이 여러 편 나오면서 기대 이상으로 극장가가 붐볐다”며 “관객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영화 산업은 일정 수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1,300만 관객에게 사랑받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올해 1,000만 영화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들린다. 진작부터 1,000만 흥행을 노려 온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아직 개봉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라딘’을 잇는 디즈니 실사 영화 ‘라이온 킹’이 17일 선두로 나서고, 24일 ‘나랏말싸미’, 31일 ‘엑시트’와 ‘사자’, 8월 7일 ‘봉오동 전투’까지 대작 영화 5편이 차례로 관객을 만난다. 여름 극장가는 2012년 ‘도둑들’과 2014년 ‘명량’ 이후로 2015년 ‘암살’과 ‘베테랑’, 2016년 ‘부산행’, 2017년 ‘택시운전사’, 2018년 ‘신과 함께-인과 연’까지 매해 1,000만 영화를 배출해 왔다. 올 여름에도 1,000만 전통이 이어질 거라는 기대가 크다.

여름이 지나면 9월 중순 때 이른 추석 연휴도 찾아온다. 여름 시장만은 못하지만 추석 극장가도 주요 성수기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해 1,000만 반열에 올랐다. 12월 초에는 가장 강력한 1,000만 영화 후보인 ‘겨울왕국2’도 개봉한다. 2014년 1월 개봉한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앞서 1,000만 영화가 가장 많이 탄생한 해는 2014년으로, ‘겨울왕국’과 ‘명량’ ‘인터스텔라’ ‘국제시장’ 등 4편이 1,000만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극장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신작들의 경쟁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기에 하반기 극장가 상황을 섣불리 전망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추석 연휴와 겨울 시장 등 극장가 성수기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과당경쟁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대형 흥행작이 더 나올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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