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현금화 최대 7~8개월… 한일 관계에 설상가상 악재
일제 강점기에 근로정신대로 일본으로 건너가 노역에 시달렸던 양금덕(88) 할머니가 지난달 27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죽기 전에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화해 요구를 끝내 외면했다. 피해자들은 예고했던 대로 압류자산 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최근 “(피해자 협의와 관련해)답변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앞서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이날까지 포괄적 화해 협상에 나서달라 요구하며 응하지 않을 경우 압수된 국내자산에 대해 매각명령을 신청하는 등 현금화 단계에 돌입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11월 미쓰비시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피해자들은 법원 결정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 2건, 특허권 6건 등의 자산에 대해 압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압류절차를 진행하면서도 “일본 측이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반응은 냉담했다.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세 차례 일본 도쿄에 있는 본사를 방문했음에도 문전박대 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화해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피해자 측 변호사가 한국 대법원 판결을 어떤 식으로 이행할 것인지 묻자 일본 주주들은 언성을 높이며 “한일협정으로 이미 끝난 문제인데 왜 여기서 논하는지 모르겠다” “화해에 응하지 않을 것” 등으로 맞섰다.

미쓰비시 측이 끝내 피해자들의 화해 요구를 외면함에 따라 소송대리인단은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미뤄왔던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데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정희 변호사는 “피해자들이나 다른 변호사들과 추가적으로 논의해봐야겠지만, 매각명령 신청을 한다는 것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며 “다만 원칙대로 진행하되 괜한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소송대리인단의 매각명령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법원의 판단 하에 이에 대한 심리가 이뤄질 수 있고, 이 경우 자산의 현금화에는 약 7~8개월 가량이 걸릴 전망이다. 심리 없이 진행될 경우 3개월여가 소요된다.

피해자들은 이밖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7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피고 측이 판결에 따르지 않고 상고하면 추가적인 피해자들을 모아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15일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접수함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 원고단은 “소송 대리인단과 논의해 일본 정부 상대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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