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임시로 대표팀을 꾸린 한국 여자 수구처럼 한국 남자 수구도 일방적으로 밀렸다.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수영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한국 수구가 14일 여자대표팀에 이어 15일 남자 대표팀마저 무수히 골만 먹고 한 골도 넣지 못하자 관중들도 조금씩 응원할 힘이 빠졌다. 전문 선수로 구성한 남자 수구까지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듯 했지만 경기 중반 0-15로 뒤진 상황에 기다렸던 마수걸이 골이 터졌다. 그리고 4쿼터에 두 골을 더했다. 결과는 어쨌든 대패였으나 관객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남자 수구 대표팀은 15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A조 조별리그 그리스와 1차전에서 3-26(0-7 0-7 1-3 2-9)으로 졌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은메달,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동메달 이후 변방으로 밀려난 대표팀은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 당시 4위에 오른 그리스를 맞아 전반까지 0-14로 압도 당했다. 3쿼터에도 추가 실점하면서 15점차로 벌어진 3분42초께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김문수(경기도청)가 날카로운 슈팅으로 마침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수구의 대회 1호골에 관중은 일제히 “김문수”를 외쳤다.
대표팀은 기세를 몰아 4쿼터 중반 김동혁(경기도청)이 연거푸 2골을 터뜨렸다. 후반에 대표팀이 전반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만 골 결정력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은 25개의 슈팅을 던져 3개만 성공시킨 반면 그리스는 43개를 던져 26개를 적중시켰다.
첫 골의 주인공 김문수는 경기 후 “골이 들어가는 순간 정말 기뻤고, 경기가 재미있어졌다”며 “이처럼 많은 환호성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첫 경기에서 3골을 넣었으니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6골, 9골을 넣겠다”면서 “꼭 1승을 따낼 테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응원을 당부했다.
17일 세르비아와 2차전을 치르는 대표팀은 A조에 우승 후보 팀들이 몰려있어 조별 예선을 마친 뒤 순위 결정전에서 1승을 노린다.
광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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