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방조 혐의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도 불구속 기소
부도가 임박한 게임회사 주식을 사채업자들에게 매도하면서 정상적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것처럼 속여 부당이득을 취한 자산운용사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허위 인터뷰를 통해 이런 범행을 방조한 현직 서울 강동구청장도 함께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광배)은 허위공시 등 부정한 수단으로 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PEF) 부문 유모(53) 대표와 유모(45) 상무, 사채업자 이모(48)씨와 변모(49)씨, 코스닥상장사 ‘와이디온라인’ 이모(49) 대표,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을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중 사채업자 변씨와 와이디온라인 이 대표는 구속됐다.
검찰은 유 대표 등이 투자손실로 인한 소송 등을 우려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유 대표가 담당한 사모펀드는 국민연금으로부터 2,000억원을 유치하는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3,000억원 이상의 돈을 투자 받아 투자목적회사 ‘시니안유한회사’를 세운 뒤 이중 534억원을 게임 회사인 와이디온라인에 2009년 3월 투자했다. 그러나 유망해 보였던 코스닥 상장회사인 와이디온라인의 경영 사정은 이후 점차 악화됐다. 2014년에는 적자를 냈고 2017년 12월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34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며 부도 상황에 처했다.
이후 6개월 동안 사채업자들이 와이디온라인 주식을 사들여 대량으로 처분했지만, 유 대표 등은 이를 정상적인 경영권 인수인 것처럼 꾸몄다. 시니안유한회사는 물론, 매각 대상인 와이디온라인, 사채업자들이 내세운 명목상 인수회사인 ‘클라우드매직’ 등 3개사 모두 문제가 없는 거래인 것처럼 코스닥시장에 허위로 공시했다. 유 대표 등은 주식 대량 매도로 줄어든 손실을 메우기 위해 사채업자들이 와이디온라인 법인자금 154억원 가량을 빼내는 것도 용인했다.
결과적으로 자산운용사는 사채자금을 받고 투자금을 회수하고 사채업자는 코스닥시장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자금을 회수했다. 주가는 뒤늦게 폭락했고 이들이 거래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은 269억원에 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인수합병으로 믿고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산운용사가 설립한 사모펀드의 투자실패 손실이 전가됐다”고 밝혔다.
클라우드매직의 명의상 대표인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허위 인터뷰를 통해 동생인 사채업자 이모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1월 서울시의원 재임 당시 ‘자본금이 10억원대에 불과한 클라우드매직이 어떻게 코스닥상장사를 인수하나’ ‘시의원과 대표직을 겸할 수 있나’ 등 질문에 클라우드매직이 우량한 중소기업이며 전문 경영인을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구청장 인터뷰 등이 보도되면서 와이디온라인 주식은 일종의 ‘정치 테마주’가 됐고 손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가됐다. 2017년 12월 인수합병 계약 당시 1주당 평균 5,000원이었던 주가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지난해 12월 6분의 1 수준인 평균 800원으로 폭락했다.
하지만 이날 이 구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검찰에 반박했다. 그는 “동생의 부탁으로 클라우드매직의 대표를 맡은 사실은 있으나 경영에는 일절 관여한 바 없다”면서 “강동구청장 선거를 준비하는 시의원으로 한 사람의 비난도 두려운 상황에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감수하고 범죄 연루 정황을 방조했다는 검찰 의견은 이해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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