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ㆍ일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한 이후 자국 금융기업들에게 한국 기업이나 사업자 등에 내준 자금을 회수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글들이 퍼지고 있다. 이에 일본 현지 관계자들은 “일본 금융계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내용”이라면서도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 내 한국 기업과 교민들의 심리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14일 오영석 재일민단 도쿄본부 의장은 “일본 은행은 전통적으로 신용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빌려준 자금을 갑자기 갚으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주변 재일동포들에게서 그런 경우가 발생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도쿄 주재 한국기업 관계자도 “원금 회수는 만기가 도래할 때 요청할 수 있지, 한일 간 정치문제로 갑자기 상환 압력을 가할 수는 없다”며 “아직 이렇다 할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민 사회에선 일본 은행이 이전보다 송금 서류를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는 말들도 들린다. 예전에는 약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관련 서류를 꼼꼼히 챙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10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심사를 앞두고 일본 금융계 전반에서 지난해부터 송금 등의 가이드라인을 과거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 내 고객뿐 아니라 해외 금융회사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한국만을 특정해 차별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을 알지 못할 경우엔 한일 갈등의 영향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도 이달부터 FATF로부터 사법제도, 자금세탁방지, 테러자금조달금지 제도 등이 국제기준에 맞춰 운영되는지 심사를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이뤄지자마자 5박6일간 일본 출장에 나선 배경으로 일본계 금융기관에서 비롯될 수 있는 자금 경색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삼성전자 생산시설들에 다른 나라보다 금리 수준이 낮은 일본계 금융사 대출금이 다수 투자돼 있는데, 자칫 이 자금이 회수되거나 만기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 이 부회장이 서둘러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대한 동선을 드러내지 않고 움직인 점이나 제조업체는 물론 금융사 관계자들을 두루 만났다는 소문이 들리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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