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눈치보지 말고 관계 개선” 메시지
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전날 판문점 회동 기록 영화의 한 장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정상 간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자유의집 로비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인사하고 있다(원 안). 연합뉴스

북한이 남한 정부를 짐짓 무시하고 있다. 민족 내부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미국 눈치를 본다면서다. 미국 편을 들 요량이면 대미 비핵화 협상에 간여하지 말고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에나 신경 쓰라는 핀잔으로 들린다.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4일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제하 글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북남관계 문제를 조미(북미)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하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는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 번영, 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밝아야 할 겨레의 얼굴에 실망의 그늘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지금 남조선 당국 내부에서는 조미관계 진전이 선순환되어야 한다, 조미 실무회담 추이를 고려하여 북남 회담의 형식이나 의제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등의 가당치 않은 주장들이 나돌고 있다”며 “(이는) 친미 사대적 근성의 발로로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한다는 북남 선언들의 근본정신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이라고 질타했다.

북미관계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을 선순환시킬 필요가 있다는 건 문재인 정부가 줄곧 해온 주장이지만, “북미 실무회담의 추이와 북한의 태도를 고려해 남북회담 형식ㆍ의제를 판단해야 한다”는 말은 3일 국회 외교통일위 회의에 출석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입에서 나왔다. 매체는 같은 날 다른 글에서도 “남조선 당국은 북남 선언들을 통해 합의한 근본적이며 핵심적인 사항들을 밀어놓고 자질구레한 협력 교류에 대해서만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다”고 투덜댔다.

남북미 정상의 6ㆍ30 판문점 회동 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 선전 매체의 대남 비난은 북미 실무협상이 임박하자 다시 빈도와 수위가 올라가는 모습이다. 우리민족끼리는 전날에도 ‘소외론, 결코 공연한 우려가 아니다’ 제하 논평에서 “우리로서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대와 마주앉아 공담하기보다는 남조선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는 미국을 직접 대상하여 필요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했다.

다른 선전 매체 ‘메아리’ 역시 같은 날 ‘소외는 스스로 청한 것이다’에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는 상대와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스스로 자처한 ‘한국 소외’이니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남조선 당국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충고하건대 ‘중재자’요, ‘촉진자’요 하면서 허튼 데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 문제의 당사자로서 선언 이행에 적극적으로 달라붙은 것이 문제 해결의 출로일 것”이라고도 당부했다. 비핵화 보상 중 체제 안전 보장은 미국에게 받을 테니 남한은 제재 핑계만 대지 말고 남북 경제협력에 좀 더 적극성을 보이라는 주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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