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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퇴행조치, 후폭풍 남길 것” vs “文정부, 역사 문제 잘못 다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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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퇴행조치, 후폭풍 남길 것” vs “文정부, 역사 문제 잘못 다룬 결과”

입력
2019.07.16 04:40
수정
2019.07.16 07: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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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갈등 관련 미국 전문가 3인 진단]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로 악화하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미국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답답함과 안타까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화가 자칫 한미일 동맹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이나 해법에선 일본 정부 책임론과 한국 정부 책임론 등 관점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국일보는 3명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한일 간 갈등을 바라보는 미국 내 여러 시각을 들여다 봤다.

 “일본 거짓 주장…국제무대서 더욱 왜소하고 비이성적으로 만들어” 

알렉시스 더든 코넷티컷대 교수
알렉시스 더든 코넷티컷대 교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길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낀다”라며 일본 정부의 행태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2015년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계 성명을 주도하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우경화를 지속적으로 꼬집어왔던 그는 “아베 정부가 더욱 협소하고 퇴행적인 방향으로 나간다”고 개탄한 것이다.

더든 교수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일본을 깡패(bully)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오판한 정책”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북한 핵무기 개발을 돕고 있다는 거짓 주장으로 이런 조치를 정당화하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더욱 왜소하고 비이성적으로 만들 뿐이다”고 일갈했다. 그는 “일본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아베 정부 기간 지지 세력으로부터 점수를 따기 위해 한국과 관련해 진흙탕 싸움을 반복하는 것 같다”며 “불행하게도 이는 일본 사회 내부뿐만 아니라 한국, 그리고 이를 넘어서 후과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 협정에 위배된다는 것이 일본 측 주장이다. 더든 교수는 그러나 “당시 한국이 독재 정부였기 때문에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라며 “오늘날 한국의 법원과 정부 기구들은 국민의 의지를 대표해 행동하기 때문에 그들의 조치를 정당화시켜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1965년 협정에서 빠졌기 때문에 식민 시대와 관련한 이슈들이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은 출발부터 고려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라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지금의 남한, 북한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이들이다. 1965년 협정이 지금은 사라진 독재정부에서 승인됐다고 한들, 강제 노동 문제가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은 유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화해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본의 조치가 나온 것이 우연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본 조치는 한국에 대한 좌절감의 표출” 

브래드 글로서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국장
브래드 글로서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국장

브래드 글로서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국장은 일본의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의 행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좌절감의 표출이다”라며 “개방 무역 체제에 대한 일본의 의존도를 감안하면, 일본에는 매우 위험한 조치이지만 이는 일본이 얼마나 필사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조치가 무리한 측면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강제 노동과 위안부 문제를 잘못 다룬 데서 비롯된 산물이다”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일관계에서 책임 소재를 두고 부침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쪽에 책임 있다는 것이 글로서먼 국장의 주장이다. 그는 “원죄는 일본의 한반도 병합과 식민화에 있지만, 두 정부는 2015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가지 않기로 합의했다”라며 “이 합의가 한국에선 인기가 없을지 모르지만 매우 어렵게 내려진 드문 결정이었다”며 일방적으로 위안부 재단 해산을 결정한 한국의 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그는 “문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국가의 전략적 이익 쪽으로 돌리기 보다는 국민 정서를 배출하는 쪽을 택했다”며 민족주의적 감정에 편승한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불만을 배출시키는 통로로 일본을 이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을 해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향후 대응에 대해선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은 시작이다”며 갈등 고조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라지만, 미국은 여러 이유로 이 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쪽을 편드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관계에 회의적이고 대북 문제를 직접 다루면서 한미일 공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한일 양국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일본이 합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관계 안정화를 향한 첫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모두 국내 정치적 이유로 한일관계 악화시켜” 

설레스트 애링턴 조지워싱턴대 교수
설레스트 애링턴 조지워싱턴대 교수

워싱턴 외교가에선 한일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묻기보다 양국 정부 모두에게 책임 있다는 양비론적 목소리도 제기된다. 자국 내 정치적 이해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을 등한시한 채 사태를 악화시켜왔다는 것이다.

설레스트 애링턴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일 간 분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어느 쪽의 책임을 탓하기 어렵다”며 “양국 정부가 한일 관계를 제약하는 자국 내 정치적 이유에 따른 결정을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유감스럽지만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재단을 해산하고, 강제 노동 문제에서도 1965년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를 거부한 것도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파장을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정치적인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었지만 양국 모두에게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설 정치적 이점이 없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현 상황에서도 아베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타협을 추구하고 진정한 외교에 관여하는,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할 의향이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한일 간 경제적 유대가 그동안 역사나 정치적 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몇 안 되는 영역이었다”면서 “하지만 경제적 보복 조치가 트럼프 정부 시대에 들어 일상화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애링턴 교수는 미국 역할에 대해선 “미국이 진작에 실무 협의를 소집해서 갈등 현안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어려운 중재 역할에 나설 정치적 의지와 관심도 없고 외교적 노하우도 부족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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