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정하게 된 구체적인 산출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객관적 근거 없이 노사 양측의 ‘눈치 게임’으로 인상률이 정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최대 400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결정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최임위에 따르면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명시하고 있다. 매년 인상률을 정하고 나면 산출근거를 끼워 맞춘다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근로자ㆍ사용자ㆍ공익위원들이 10차례가 넘는 심의 과정에서 해당 기준들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 최임위는 최저임금 결정액인 8,590원의 인상률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8,590원은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안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사용자위원 역시 2.9%로 인상률을 제시한 데 대해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30%가까이 인상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만 설명할 뿐 구체적 산출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심의에 참여한 한 근로자위원은 “3%가량 인상하면 8,600원이 되는데, 경영계가 협상 마지노선을 3%로 보고 단순히 10원을 깎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저임금 산출근거를 둘러싼 논란은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최임위는 매년 의결을 마치고 나면 △임금인상 전망치 △소득분배 개선분 △협상 조정(배려)분 등 최저임금 산출근거를 공개해 왔지만, 공익위원들의 성향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준이 매해 제각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인상률인 10.9%는 통상적으로 고려되는 임금인상 전망치와 소득분배 개선분 등 외에 산입범위 조정에 따른 임금 하락효과 보전분이 포함돼 경영계가 “노동계 입장만 고려된 결과”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근로자위원안으로 최종 결정된 2017년에는 사용자위원안으로 결정된 올해와 마찬가지로 산출근거가 아예 제시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결정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이려면 보다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도 결정기준을 △근로자의 생활보장(생계비, 소득분배율,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고용·경제상황(노동생산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상황) 등을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더욱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현행 최임위는 1년짜리 단기 위원회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최임위 사무국 전문인력을 보강해 노동시장 변화, 고용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ㆍ분석하고, 위원회가 보다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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