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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티브 유, 승준

입력
2019.07.14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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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승준이 2015년 인터넷 생방송에 출연해 국민들을 향해 사과하고 있다. 아프리카TV 캡처.

할리우드의 전설적 배우 존 웨인(1907~1979)은 미국인들에게 애국자로 각인돼 있다. ‘수색자’ (1956) ‘리오 브라보’(1959) 등 서부영화 주인공으로 유명하지만, ‘플라잉 타이거즈’(1942) ‘유황도의 모래’(1949) ‘지상최대의 작전’(1962)처럼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에 출연해 전쟁영웅 이미지를 다졌다. 그는 반공을 외친 대표적 우파 배우였다. 베트남전 참전 미군 특수부대의 활동을 담은 ‘그린 베레’(1968)에 예순 넘어 출연하기도 했다.

□ 그러나 웨인은 실제 군복무 경험이 없다. 2차 대전 발발 즈음 막 떠오르는 배우였던 그는 자녀 넷을 양육해야 하는 집안 형편 때문에 징병이 유예됐다. 이후 일급 배우로 많은 돈을 벌었기에 생계를 핑계 삼을 수 없음에도 웨인은 참전을 미뤘다. 눈앞의 거액 출연료가 아까웠고, 참전으로 인한 경력 단절 우려가 앞섰다. 스튜디오의 반대를 물리치고 그를 캐스팅해 키워준 존 포드(1894~1973) 감독이 해군사령관으로 복무하며 그의 참전을 채근했지만, 웨인은 카메라 앞 전쟁놀이에만 열중했다.

□ 할리우드에서 웨인 같은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배우 헨리 폰다(1905~1982)는 전쟁터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돈을 벌 수 없다며 영화 출연을 자제하다가 “촬영장의 가짜 전쟁은 원치 않는다”며 해군 장교로 전장에 뛰어들었다.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1908~1997)는 체중 미달로 신체검사에서 탈락하자 사탕과 바나나를 폭식하고 맥주를 폭음해 살을 찌운 후 입대에 성공, 폭격기 조종사로 사선을 넘나들다가 종전 후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스튜어트 등 참전 배우들은 후방에서 애국자인 양 행동하던 웨인을 경멸했다.

□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ᆞ43)이 11일 대법원 판결로 17년 만에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하나 국민 정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군대 가겠다”고 수차례 공언하며 자신의 상품성을 한껏 높였다가 2002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그의 행동이 큰 배신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병역의무를 천명하고선 병역을 기피하는 경우는 동서에서 드물다. 유씨는 판결 후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유씨가 법적 모국인 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얼마나 국방의 의무를 신성시했는지 돌아보며 반성했으면 좋겠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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