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서 최고의 경기였어요.”
루마니아 선수 최초로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오른 시모나 할렙(28ㆍ루마니아ㆍ7위)은 시상식 내내 새어 나오는 환한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할렙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레나 윌리엄스(38ㆍ미국ㆍ10위)를 2-0(6-2 6-2)으로 제압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할렙은 우승 상금 235만파운드(약 34억7,000만원)를 받았다. 올해 준우승만 2회로 불운에 울었던 그는 윔블던 첫 우승과 함께 다음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도 4위로 3계단의 순위 상승이 확정됐다. 할렙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대회 전부터 라커룸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내 꿈은 올잉글랜드클럽의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꿈이 현실이 되니 너무나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할렙은 윌리엄스와의 상대 전적에서 이날 경기 전까지 1승9패로 절대 열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윌리엄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윔블던에서 처음 결승에 오른 경력도 이 대회에서 7번이나 우승한 윌리엄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할렙의 기세는 맹렬했다.
할렙은 윌리엄스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고 경기 시작한 지 불과 11분 만에 게임스코어 4-0을 만들었다. 윌리엄스의 몸이 풀리기도 전에 좌우로 흔드는 앵글샷과 서브, 상대 몸 쪽을 겨냥한 목적타 등을 앞세워 6-2로 1세트를 선취했다.
25분여 만에 1세트를 내준 윌리엄스는 2세트 반격에 나섰지만 쉴새 없이 코트를 누비는 할렙의 활동량은 이겨낼 수 없었다. 할렙은 게임스코어 2-2에서 연달아 백핸드 에러를 범한 윌리엄스를 제압하고 브레이크에 성공했고, 이어진 서브 게임마저 지켜 4-2로 달아났다. 맥이 풀린 윌리엄스가 다시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더블 폴트, 실책으로 무너지며 사실상 승부가 결정났다.
불과 56분 만에 윌리엄스를 꺾은 할렙은 이날 공격 성공 횟수(위너)에서는 13-17로 열세를 보였지만 단 3개의 언포스드 에러를 범하며 25개를 쏟아낸 윌리엄스를 압도했다. 패자 윌리엄스는 “오늘 할렙은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며 “저렇게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상대를 마주하면 그저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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