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갱년기 솔루션 프로그램을 알리는 인터넷 광고 문구. 인터넷 캡처

“남편 바람기 잡는 현명한 방법!”

결혼 10년차 주부 정모(39)씨는 최근 휴대폰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다가 황당한 팝업 광고를 접했다. ‘40대를 살아가는 중년 여성들을 위한 관리 지침서’라는 문구가 남일 같지 않아 클릭했더니 ‘갱년기 증상’ 치료 프로그램 업체 A사의 홈페이지로 연결됐다.

A사는 ‘중년 여성 신체 관리 솔루션 프로그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더니 남편의 외도를 해결했다는 한 주부의 체험기를 보여줬다. 그 주부는 우연히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뒤 분노가 치밀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남편 아닌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그러면서 남편 바람기를 없애주는 A사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석 달 동안 진행했고, 그러고 났더니 “남편은 하루에도 수십 번 나에게 ‘예쁘다,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주고 뽀뽀한다”고 했다. A사 프로그램을 쓰면 ‘구박받는 아내’에서 ‘칭찬받는 아내’로 거듭 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다른 광고에서도 반복됐다.

여성 갱년기 솔루션 프로그램 A사의 모바일 광고. 모바일 캡처

정씨는 불쾌함을 숨길 수 없었다. 한편으론 주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가계부앱을 이용할 수 있는데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다고 이런 광고를 무차별적으로 노출하는 게 옳은지 의심스러워졌다. 정씨는 “광고가 한숨 나오는 수준이지만, 이런 문구를 초등학생인 딸이 보고 믿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웹 페이지 모바일 앱에서 뜨는, 중년 여성을 겨냥한 ‘갱년기 치료 프로그램’ 광고가 지나치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업체들은 다양하지만 광고는 천편일률적이다. 수면장애 등 갱년기 증상으로 남편과의 관계가 소홀해졌으나, 업체 제품을 쓴 뒤 신혼 때로 되돌아갔다는 식이다.

심지어 어떤 업체는 ‘출산 뒤 남편이 외도를 할 수 있다’며 남편의 바람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전제한 뒤 제품 사용을 권하고 있다. ‘명기(名妓ㆍ이름난 기생)’ 같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명기에 대한 낯 뜨거운 설명까지 늘어 놓은 업체들도 있다.

여성들은 “대체 누구를 위한 광고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김모(34)씨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광고를 하나 싶기도 하고, 저런 광고를 보고 정말 중년 여성들 마음이 혹한다고 생각하는 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여성 갱년기 솔루션 프로그램을 선전하는 한 업체의 광고. 인터넷 캡처

전문가들은 제재가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선 감사는 “의학적으론 전혀 신빙성 없는 광고”이라고 잘라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갱년기는 여성의 생애 주기에서 피해나갈 수 없다”며 “그걸 두고 ‘남편 하나 제대로 단속 못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여성을 그저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가부장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체적 변화에 따른 여성의 여러 고통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공적으로 유통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게시물 관리 책임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은 차별, 편견을 조장하는 게시물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뒀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당 내용들이 여성을 폄훼하거나 수동적인 성적 대상으로만 표현하는 요소가 일부 있어 시정요구 여부를 검토해볼 만한 사항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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