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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체접촉 용인했더라도 기습 키스는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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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체접촉 용인했더라도 기습 키스는 추행”

입력
2019.07.14 15:29
수정
2019.07.17 13: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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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와 단둘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잠시 산책을 하다 기습적으로 키스를 했다면, 추행에 해당할까. 법원은 “상대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했더라도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으며, 예상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거부할 자유가 있다”며 기습적인 입맞춤은 추행이 맞다고 봤다.

직장인 A씨의 길고 긴 법정싸움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장선배 B씨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와 산책하던 도중 B씨가 골목에 있던 소파에서 포옹을 하고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자 A씨는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했고, 이번엔 B씨가 A씨를 무고로 고소했다. 검찰은 이번에도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를 하지 않았지만, 이에 불복한 B씨의 재정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공소가 제기됐다.

1심 재판은 A씨의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나 배심원 6대 1의 의견으로 A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배심원 6명 중 4명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택했고, 재판부는 이에 따랐다. 배심원들은 △입맞춤 전에도 손을 잡는 등 다른 신체 접촉이 있었고 △B씨가 구체적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성 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A씨가 추행 당한 직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점을 들어 강제추행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 따른 사실인정을 가급적 존중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하급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근거로 제시한 것들은 피고인이 B씨에게 기습추행을 당했는지 여부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피고인이 기습추행 전까지 어느 정도의 신체접촉을 했다고 해서 입맞춤 등의 행위까지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해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그 자체를 무고 했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 단정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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