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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모집 어려움에 자금난… 자사고 포기하는 학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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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모집 어려움에 자금난… 자사고 포기하는 학교들

입력
2019.07.14 13:40
수정
2019.07.14 19: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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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측 “‘퇴로’ 마련해주면 일반고 전환학교 급증할 것”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의 8개 자사고의 지정 취소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의 8개 자사고의 지정 취소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교육청의 운영성과 평가(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전국 11개 자사고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자사고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학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14일 각 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전북 군산의 군산중앙고와 익산 남성고, 대구 경일여고가 관할 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이들 학교는 모두 내년 재지정 평가 대상으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군산중앙고의 2019학년도 신입생 입학경쟁률은 0.62대 1(280명 모집에 174명 지원)에 그쳤고, 남성고 역시 올해 신입생 350명을 뽑는데 220명만 원서를 냈다. 경일여고도 올해 신입생 입학경쟁률이 0.34대 1을 기록하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났다.

자사고의 인기가 이처럼 시들해진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자금난으로 인한 학교 운영의 어려움이다. 자사고는 학교ㆍ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비교적 폭 넓게 보장 받는 대신 재정결함보조금과 같은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30학급 규모의 고등학교의 경우 재정결함보조금만 한 해 40억원 정도 투입되는데, 자사고는 이런 지원 없이 등록금과 법인전입금으로만 운영한다. 등록금 수입이 학교 운영에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학생 모집이 제대로 안 되면 당장 학교 운영이 어려워진다.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대학 입시의 수시 모집 비중이 80%에 육박하다 보니 우수한 학생이 모여 내신 경쟁이 치열한 자사고를 선택할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 일반고에 비해 통상 3배나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자사고에 보내야 할 만큼 자사고의 매력이 크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한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세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세화고는 이번 평가에서 기준점수인 70점을 넘지 못했다. 뉴스1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한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세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세화고는 이번 평가에서 기준점수인 70점을 넘지 못했다. 뉴스1

자사고가 등장한 이후 일반고로 자진해 돌아간 학교는 이번에 신청한 3개 학교를 포함해 모두 14개교다. 교육당국은 이처럼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자사고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서울 자사고 측은 서울시교육청에 수 차례 자사고 입학생과 일반고 입학생간의 등록금 격차를 지원해달라고 하는 등 자사고를 그만둘 ‘퇴로’를 만들어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운영이 어려워 일반고로 전환하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전환 과정에서의 학부모 반발이 너무 거세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만큼 학부모들을 달랠 등록금 지원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일반고로 전환한 서울 대성고의 경우, 학부모들이 법인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한다며 등록금 납부를 전면 거부하거나 전학 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운영해보니 성적으로 뽑을 수도 없고, 등록금 비싸니까 학부모들도 꺼리고 (자사고 지위를) 내려놓고 싶다는 학교가 많이 생겼는데 조용히 내려올 방법이 없으니 버티는 것”이라며 “일반고와 똑같이 재정 지원을 하는 식으로 퇴로를 만들어주면 자사고의 4분의 3은 바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3년간 10억원씩 총 20억원을 지원하지만, 해당 돈은 교육과정 운영비에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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