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율 익산시장

“벌써 30년이 됐네요. 프랑스에 유학을 갔었는데 그때부터 한국에서 입양된 친구들과 인연을 맺게 됐죠.”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해외 입양아들을 30년 넘게 후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시장이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무관 시절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가 해외 입양아들을 만나면서부터다.
정 시장은 “프랑스에서 만난 한국 사람은 모두 입양된 친구들이었다. 동포를 만난 기쁜 마음에 서로 집을 왕래하는 등 친하게 지냈다”며 “그때부터 해외 입양아들을 돕기로 마음 먹었다”고 회고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정 시장은 해외 입양아를 위한 국내 봉사단체인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인카스)에 가입해 입양아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입양아들이 가족을 찾아 달라며 건넨 주소를 들고 직접 찾아 다녔고, 방송국에 협조를 구해 입양아들의 부모찾기 TV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는 또 공무원 재직시절 입양아들이 고국을 방문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직접 만들어 이들의 고향방문 지원정책을 정착시키는 등 30년 넘게 해외 입양아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해외 입양아와 양부모 등 40여명이 익산시를 방문한 이유도 그 동안 해외 입양아에 관심을 쏟아왔던 정 시장이 최근 다문화 가족 비하 발언으로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정애리 인카스 대표는 “얼마 전 정 시장의 다문화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응원하고 싶어 이번 고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익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 “한국에서는 해외에서 국내로 정착한 분들이 이주민이지만, 거꾸로 해외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이주민”이라며 “누구보다 이주민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해왔는데 (‘잡종강세’ 등) 실언을 해서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익산시를 다문화 포용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또 해외에 살고 있는 해외 입양아를 위한 지원활동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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