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해 ‘봐주기 의혹’을 받아온 알렉산더 어코스타 미국 노동부 장관이 결국 사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인 2017년 4월 취임한 지 약 2년 3개월 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코스타 장관이 이날 오전 전화를 걸어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어코스타 장관은 “나는 노동부가 오늘날의 믿을 수 없는 경제 성과 대신 엡스타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점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장관직에 머무르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엡스타인 사건 봐주기 논란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아 사퇴한다는 뜻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장관을 해고했다는 논란을 피하고 싶은 듯 “(사퇴 결정을 내린 건) 내가 아니라 그였다”고 강조했다.
어코스타 장관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지난 8일 기소된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엡스타인의 과거 수사와 관련해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미성년 여성 20여명을 뉴욕 맨해튼, 플로리다주 팜비치 등 그의 거주지로 오게 한 뒤, 회당 수백달러를 주고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2008년에도 엡스타인의 성범죄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플로리다주 연방검찰은 당시 그가 2001~2006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포착, 수사를 진행하고도 이 부분에 대해 플리바게닝(유죄인정 감형협상)을 거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어코스타 장관은 당시 불기소 합의 과정에 참여했던 연방검사 중 한 명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어코스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당시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내 일을 하고 있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그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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