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가온 초복, 어김없이 계속된 ‘개고기 공방’
올해도 초복을 맞아 또다시 ‘개고기 공방’이 전국 각지에서 펼쳐졌습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 앞에서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주관하고 4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개 도살 금지 공동행동’이 주최한 ‘2019 복날추모행동’이 열렸습니다. 이들은 보신 문화에 희생된 개들을 추모하고 국회에 식용 목적 개 도살 금지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 모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는 CNN 등 외신도 취재에 나섰는데요. 바로 ‘나인 하프 위크’, ‘배트맨’ 등의 영화에 출연했던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킴 베이싱어가 집회에 참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베이싱어는 이 자리에서 자신도 입양한 개 두 마리 ‘행크’와 ‘앨리’를 키우고 있다고 말하면서 “몇 년 전 한국의 식용 개 농장의 실태를 듣고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해 이 먼 길을 날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개들은 슬퍼해 주기보다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식용 개 거래 금지를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이 용기를 내 과감하게 나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집회를 주관한 동물해방물결의 이지연 공동대표는 “최근 모란, 구포 등 전통시장에서 개 도살이 사라지고 있으나, 정부 및 국회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며, “불법 개 도살이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도 철폐될 수 있도록, 이번 국회에서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이 빠르게 통과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은 2018년 6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동물의 도살은 금지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19 복날추모행동’이 열리는 자리 바로 옆에는 대한육견협회 소속 30여 명이 ‘1천만 식용 합법 축산물 개고기 옹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 자리에 개고기를 가져다 놓고 직접 먹으며 시식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육견협회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7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개 보호단체는 오직 개를 볼모로 후원금만 앵벌이 하는 단체”라며 비난했습니다. 개 도축이 불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식용개 사육농장들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법령, 사료관리법령에 의거해 배출시설과 처리 시설, 남은 음식물 재활용 신고 등 합법적으로 사육, 유통, 도축, 식용을 하고 있다”면서 “동물권단체들은 식용 개 사육과 도축, 유통, 식용이 불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대구에서도 개 식용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등의 회원 150여 명은 대구 칠성시장에 모여 ‘개 식용 철폐’와 ‘개 시장 폐쇄’를 촉구했습니다. 지난 1일 국내 최대 규모 개 시장으로 알려진 부산의 ‘구포 개 시장’이 폐쇄하면서 이제 국내에서 큰 규모로 운영되는 개 도축 시장은 대구 칠성시장뿐입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대구 칠성시장에서 중앙로역, 대구시청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습니다. 거리행진은 개 시장에서 도축된 개의 영정을 들고 참석자들은 국화꽃을 들고 함께 이동했으며 들고 간 꽃을 영정 앞에 헌화하면서 집회를 마무리했습니다.
한편, 복날을 이틀 앞둔 10일, 유기견을 도살하려던 이들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오후 4시30분경, 경기 광주시 한 유리병 제조 공장에서 길을 떠돌던 유기견 한 마리가 토치에 그을렸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제보자는 두 명의 외지인이 깨진 유리병으로 유기견을 찌른 뒤 토치를 사용해 태워 죽이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보자가 도살 행위를 제지하려 하자 개를 도살하려던 이들은 유기견을 자루에 담아 도망치려 했으며 제보자는 이들 중 한 명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붙잡힌 피의자는 관할 지구대로 임의동행한 뒤 조서를 작성하고 풀려났습니다. 경찰은 “수사 중 관련자가 더 드러나면 피의자로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학대를 당한 개는 현재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라며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와 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을 주문했습니다.
2. ‘대왕조개’ 논란 ‘정글의 법칙’, 13일 방송 강행하나
태국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대왕조개’를 채취한 장면을 내보낸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은 태국 남부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안에 있는 한 섬에서 게스트로 참여한 배우 이열음이 대왕조개 3마리를 잡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방송 예고편에는 이열음을 포함한 출연진들이 이 대왕조개를 함께 먹는 모습도 담겼죠.
문제는 방송이 나간 뒤에 벌어졌습니다. 이열음이 잡은 대왕조개가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종이기 때문이었죠. 대왕조개는 1983년부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에 취약(VU · Vulnerable)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적색목록의 취약종이란, 심각한 멸종위기(CR · Critically Endangered)와 멸종위기(EN · Endangered)의 바로 아래 단계로 CR, EN과 함께 멸종위기 범주에 포함됩니다. 태국에서도 멸종위기종인 대왕조개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법 조항으로 채취를 막고 있습니다. 현지 법률상 대왕조개를 채취하다 적발되면 최대 2만 바트(약 76만원)의 벌금형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강력한 금지조항 때문에 태국 현지에서는 ‘정글의 법칙’ 속 대왕조개 채취 장면이 큰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주 ‘정글의 법칙’ 방영분을 본 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문제가 제기됐고, 이를 인지한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측은 4일 태국 경찰에 이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사실이 한국에 전해져 논란이 일자 SBS 측은 “‘정글의 법칙’ 팀은 현지 기관 허가 하에 그들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촬영해 불법적인 부분은 없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촬영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 향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또한 문제가 된 장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영상 클립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이 해명조차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태국 PBS 등 현지 언론이 7일 ‘정글의 법칙’ 조용재 PD가 태국 당국에 제출한 문서를 공개한 것입니다. 이 문서에는 “촬영 중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는 SBS의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결국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측은 10일 ‘촬영허가서 미준수’를 이유로 추가 고발장을 태국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이 문제는 멸종위기종 사냥 논란에 더해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국 누리꾼들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글의 법칙’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됐습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SBS는 ‘정글의 법칙’ 6일 방송을 강행했으며 13일 예정된 ‘정글의 법칙’을 정상 방송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3. 케어 박소연, 공익신고자 감금 및 협박 의혹
‘안락사 파문’에 휩싸여 있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에게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케어의 안락사 파문을 최초로 전한 탐사보도매체 ‘셜록프레스’는 10일, 박소연 대표가 공익신고자에게 폭언을 내뱉고 감금한 뒤 케어의 동물관리국장이었던 공익신고자에게 사직을 강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건은 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케어 사무실에서 열린 직원회의 도중 일어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공익신고자를 향해 “너 때문에 개들이 다 죽고 있어, 이 X아! 도살되고 있다고 이 더위에”라고 말하는 등 욕설을 내뱉거나 “밤길 조심하라”는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회의장에 참석한 케어 사무국장 겸 법률대리인 김경은 변호사는 공익신고자에게 “충주 동물보호소에 부과된 이행강제금 1,400만원을 대신 내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케어는 충주 동물보호소에 불법 건축물을 설치해 2018년 충주시로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았는데 이 책임을 공익신고자에게 물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공익신고자는 셜록프레스에 “지난 겨울 보호소 동물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불법건축물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며 “모든 건 대표의 결재를 받고 진행한 것인데 이제 와서 내 책임으로 밀면서 벌금까지 내라고 했다”라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익신고자는 케어 측이 자신에게 퇴사를 종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표와 공익신고자는 녹음 여부를 두고 물리적으로 충돌했으며, 그 뒤 공익신고자가 회의장 밖으로 나가려 하자 케어 관계자들은 공익신고자가 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막았다고 합니다. 결국 공익신고자는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작성했습니다. 공익신고자의 주장에 따르면 케어 측이 사직서를 직접 작성하고 공익신고자는 서명만 했다고 합니다.
케어 측은 셜록프레스 보도에 “공익신고자가 먼저 고성을 지르고 이사, 국장으로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자 박 대표가 화가 나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라’고 말한 것”이라며 “공익신고자가 녹음을 하는 게 기분이 나쁘고 언론에 자신에 유리한 부분만 내보내니 녹음을 껐는지 확인한 것일 뿐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퇴사 종용에 대해서도 “공익신고자가 그만둔다고 계속 말했기 때문에 ‘회의 자리에서 정확하게 결정해 달라’고 붙잡았을 뿐, 감금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감금 및 퇴사 종용과 관련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사건을 보도한 셜록프레스 측은 녹음 파일을 재검토한 결과 박 대표의 발언이라고 보도한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셜록프레스는 최초 보도에서는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이 X(공익신고자) 묶어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다수의 검토를 거친 결과 ‘묶어놔’라고 말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정정했습니다. 한편 공익신고자는 정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박 대표를 협박,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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