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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 협의에서 한국 홀대한 일본, ‘신뢰 위기’ 해소할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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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 협의에서 한국 홀대한 일본, ‘신뢰 위기’ 해소할 의지 있나

입력
2019.07.13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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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반팔 셔츠 차림으로 나온 일본 측 대표들과 마주 앉아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반팔 셔츠 차림으로 나온 일본 측 대표들과 마주 앉아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경제보복’ 사태를 해소할 첫 단추로 주목됐던 12일 한일 무역 실무회의가 일본 측의 의도된 무성의로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우리 측은 수출 규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본은 관련 논의를 거부한 채, 이번 조치가 자국 무역관리의 운용을 재검토한 것으로 양국 간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일방적 주장을 내세우며 회의를 마쳤다. 일본은 전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방미 협의를 통해 제안한 한미일 고위급협의에 대해서도 답을 않고 있다. 애초에 양국 간 ‘신뢰 문제’를 제기했으면서도 문제를 풀 대화 자체를 아예 회피하는 양상이다.

무역 실무회의는 일본의 대화 회피로 일관됐다. 우리는 회의 성격을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로 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일본은 자국 무역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일방적 ‘설명회’를 고집했다. 회의 장소도 국가 간 회의에 걸맞지 않은 경제산업성 10층의 작은 일반 회의실로 정해졌고,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회의 제목도 화이트보드에 A4 용지 2장을 이어 붙여 표기했을 정도였다. 양국 대표 명패도 준비하지 않았다. 정장을 갖춘 우리 대표들과 달리 일본 측은 반팔 셔츠 차림으로 나왔다.

당초 “강제징용 문제에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양국 간 ‘신뢰 훼손’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던 일본은 최근 느닷없이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가 간 신뢰문제로 무역 규제를 발동하는 것 자체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규제 논리의 초점을 안보 쪽으로 돌린 셈이다. 하지만 우리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이날 일본 측의 대북제재 시비를 즉각 일축하고, 국제기구를 통한 공정한 검증까지 제안하자 입장이 궁색해졌다. 도쿄 실무회의에서도 일본은 시비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일본의 대화 회피는 ‘신뢰 훼손’이든 ‘대북제재 시비’든, 더 이상 경제보복 명분으로 주장하기가 옹색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미 한미일 3자간 동북아 안보협력체제까지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 미 국무부가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동맹들”이라며 “3자, 양자 간 관계 강화 방안을 추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이유다. 신뢰 문제가 아닌 ‘무역관리 체제의 재정비’라고 해도, 일본이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우리와 성의 있는 협의에 나설 책임은 분명하다. 일본은 더 이상 국격 훼손을 자초하지 말고, 성숙한 자세로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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