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상가 공실률 80% 육박… 무늬만 ‘혁신’ 도시 상>
대구혁신도시가 조성된 지 6년 째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산학연관이 협력하여 미래형 도시를 설립하겠다는 당초 포부와 달리 현실은 인근 상가 공실률 80%,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직원 가족 동반 이주율이 37.4%에 불과해 무늬만 ‘혁신’ 도시라는 평이다. 혁신도시의 현주소와 낮은 지역 기여도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10일 낮 12시 대구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내 비전스퀘어. 지상 6층 지하 1층 연면적 2만2,199㎡ 규모의 이 건물은 ‘대구 혁신도시 최대의 복합상가’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한산했다. 1층에만 20여 가게가 가게 간판을 내걸었을뿐 문이 닫혀 있는 이곳에는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게 앞에는 점포 세 개당 하나 꼴로 ‘월임대료 반값’, ‘파격조건’, ‘모든 조건 맞춰드립니다’는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온 김채민(23‧남구 대명동)씨는 “가고 싶은 맛집이 있어 검색해 왔는데 문이 닫혀 있어 당황스럽다”며 “상가 전체가 문을 닫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가 조성 6년째를 맞고 있는데도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주거 교육 교통 여가활동 등 정주여건이 아직도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스퀘어에서 2㎞쯤 떨어진 대림동 상가도 마찬가지다. 혁신도시 조성과 함께 3.3㎡당 2,000만~4,000만원까지 뛰며 분양 열기가 높았지만, 현재 80%에 육박하는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1만8,181㎡에 조성된 300개 상가 중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60여 개. 180만원이던 월세가 6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텅 비어있다.
대림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번영회가 나서서 임대가 되지 않은 건물 앞쪽에 청과물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화요시장을 운영하고, 신호등 설치 등 민원을 제기하며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대구시와 동구가 11개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협의해 돌아가며 하루씩만이라도 외식을 혁신도시에서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10개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에서 대구는 주거 58.8점 편의‧의료‧서비스 환경 51.4점, 교육환경 50.2점, 교통 환경 45.2점, 여가활동 44.6점 등 평균 50.9점으로 7위를 기록했다.
열악한 정주여건에 이전을 고심하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혁신도시 내에는 새론초 숙천초 새론중과 특수목적고인 대구일과학고가 있을 뿐 일반고가 없다. 우체국, 수영장, 도서관 등도 없어 주민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타 지역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혁신도시 정주여건에 대한 잇따른 지적에 대해 지난달 브리핑을 통해 “대구혁신도시에는 400병상 규모의 화원 연세병원 입주가 결정돼 설계 중이며, 소방서를 건립하기 위해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있다”며 “혁신도시 지자체와 협력하여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각종 방안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윤규열 대구시 공공기관지원팀장은 “도서관 문화센터 등 정주여건과 창업공간을 융합한 복합혁신센터를 2021년 준공하기 위해 사업타당성 및 기본구상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며 “제2수목원, 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사업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계속해 추진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대구시의 약속에도 주민과 상인들의 개선 체감도는 낮은 수준이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권지민(39)씨는 “혁신도시에 기대를 품고 이사를 왔는데 교통‧교육 등 정주여건이 별로라서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고교 진학을 위해 수성구로 다시 이사가야 될 것 같다”며 “혁신도시가 아니라 ‘외딴섬’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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