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걸리자 30년 가까이 돌보던 중증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60대 아버지에게 실형이 선고 됐다.
대전지법 형사12부(이창경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2)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A씨가 백혈병으로 치료받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는 소두증이라는 선천병 때문에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운 아들을 29년간 정성껏 돌보던 중 자신이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자신이 병으로 죽으면 아들이 제대로 생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결국 지난해 8월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재판부는 이런 A씨의 범행 동기를 참작하더라도 살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행위는 공감할 수도, 용납될 수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자신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30년 가까이 돌봐 온 아들을 살해했다”며 “누구보다 사랑한 아들을 살해한 피고의 범행 동기는 참착할 만 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사회와 국가가 보호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는 점에서 피고의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피고의 건강상태나 생활수준이 아주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 선택을 공감하기 어렵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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