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최저임금 참사” 민주노총 “소주성 폐기 선언”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40원(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초복인 이날 최저시급을 들고 서울 시내의 한 삼계탕 집을 찾았다. 삼계탕 한그릇은 1만8000원. 삼계탕 보다 양이 적은 반계탕은 팔지 않아 최저시급으로는 사먹을 수 없었다. 홍윤기 인턴기자

12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근 10년내 가장 낮은 2.9%로 결정된 것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저임금 근로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달성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등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반(反) 노동 기조로 돌아섰다고 주장하는 노동계는 “최저임금 참사”,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폐기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8,590원으로 오르면서 임금이 오르는 근로자는 137만~415만명이다.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들은 이번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의 한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보영(26)씨는 “취업준비 중이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데 지금 수입으로 한 달을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며 “최저임금은 사회안전망이나 마찬가지인데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람들이 이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시민단체 청년유니온의 나현우 기획팀장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률은 최저임금에 민감한 노동자들로선 사실상 삭감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상위계층과의 소득격차가 더 벌어질 게 뻔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년에 비해 낮은 인상률이 불만스럽긴 해도 ‘속도조절’이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박모(25)씨는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면 좋기야 하겠지만 점주 입장에선 부담이 커지지 않겠느냐”며 “요즘 경기가 안 좋아 그런지 편의점 일자리 구하기도 어려워 최저임금이 무조건 오르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예상 밖 최저임금 소폭 인상에 격앙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기 위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한 것에 비춰 보면 이번 결정은 노동계의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표결 직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노동존중정책과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거짓 구호가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철저히 자본 편에 서는 데서 나아가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속도조절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노정관계는 당분간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7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입법 등이 논의되는 점을 감안해 대정부 투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의결안에 대한 이의제기를 고심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액수를 의결한 후 고용부 장관이 이를 8월5일까지 확정·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간 내에 불만이 있는 노사 단체는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해마다 노사 양측이 이의 제기를 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실제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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