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없는 추락을 이어가던 D램 반도체 가격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가 D램 가격 반등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 상승을 기다렸던 국내 반도체 업계는 D램 가격 상승을 별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장기화 될 것을 예상하고 D램 사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시장 현물 가격이 10일 기준 평균 3.0달러로 전날 대비 1.2% 올랐다. 이는 지난해 9월 14일 같은 제품의 가격이 7.4달러를 기록해 전날 대비 약 0.2% 오른 이후 10개월 만의 첫 반등이다. 수요가 적은 구형 제품에 속하는 DDR3 4Gb D램 가격도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전날 대비 상승세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10개월 연속 떨어진 D램 가격이 반등한 것은 지난 4일 일본이 D램 최대 생산국인 한국에 대해 핵심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국산 D램 생산량이 줄어들 거란 전망에 따라 글로벌 IT 기업들이 D램 구입에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D램 가격 급락으로 실적 악화의 늪에 빠진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D램 가격 상승을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 되면 득보다 실이 크다”며 “이번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의 긍정적 시그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가격 반등이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의 보수적인 투자로 반도체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약 170억달러로 지난해 보다 28%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은 시장 심리와 수급 상황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만큼 이번 가격 변동을 일본 변수로만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이달 말 한달 평균치 동향을 보고 반도체 가격이 정말 상승세로 전환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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