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정체 불명의 거동수상자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부대 장교가 무고한 병사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 목선 ‘입항 귀순’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연이은 경계실패와 조작 의혹으로 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군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 창고 근처에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수상자가 발견됐으나 초병의 암구호에 응하지 않고 도주했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맨 용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랜턴을 수 차례 점등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해군은 기동타격대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으나 거수자를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최고 수준의 경계가 유지돼야 할 군사령부에서 거수자가 출몰하고, 체포조가 가동됐는데도 놓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계와 작전의 실패다.
더 기가 막힌 건 그 다음이다. 군 헌병대에 자수한 병사가 나타나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속 상급자인 영관 장교의 강요에 의한 허위자수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장교는 부대가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누가 자수해주면 상황이 종료되고 편하게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정작 거수자는 찾지 못하고 대신 거수자를 만들어내는 조작까지 시도한 셈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 목선 사태로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진 시점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경계실패도 문제지만 어떻게든 잘못을 감추려는 군의 은폐ㆍ조작 습성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더 한심하다. 군 당국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처분한다고 밝혔지만 상습적인 거짓말을 뿌리뽑을 방법을 강구하는 게 급선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군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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