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미스코리아 ‘선’(善) 이하늬(23)와 우희준(25)이 도전을 통해 값진 왕관을 썼다.
이하늬와 우희준은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호텔 마리나베이서울과 함께 하는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이하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통해 영광의 63번째 미스코리아 ‘선’으로 당선됐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K-아트스튜디오에서 미스코리아로의 공식적인 일정을 시작한 두 사람은 큰 포부를 전했다.
‘선’의 왕관은 이하늬와 우희준의 특별한 도전에 대한 선물이다.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이하늬는 연기 활동을 하다가 현재 자신 만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지난해 카바디 국가대표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우희준은 학군사관 후보생으로 장교를 꿈꾸던 중 편견에 맞서기 위해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했다.
설레는 합숙, 신나는 당선에 이어 당찬 활동을 앞둔 이하늬와 우희준는 지금 현재에만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솔직하게 답했다.
◆ 당선을 가장 기뻐한 건 누구보다 가족들이다. '엄마가 딸에게' 무대 중 이하늬는 노래를 부르면서, 우희준은 첫 줄에서 눈물을 쏟았듯, 부모님은 두 사람의 노력의 원동력이었다.
이하늬: 합숙 기간 중에는 가족들이 걱정하실까봐 연락을 많이 못 드렸어요. 대회가 끝난 뒤에 드디어 엄마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1부에 '셀프 브랜딩 상'을 받을 때부터 너무 기뻤어요. '나만의 색깔과 개성'이 있다고 인정해주신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7인에 든 순간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욕심이 없어졌어요. 2관왕은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거든요. 합숙 중에 매사에 정말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노력이 기회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생각이 멈출 정도로 모든 분들에게 감사했던 기억이 나요.
우희준: 대회 중에 눈물이 날까봐 일부러 부모님이 계신 곳을 안 봤거든요. 제가 안 그래 보여도 사실 울보거든요. 형사로 일하시면서 평소에 감정 표현을 잘 안 하시는 아버지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꽃다발을 사주시니까 한번 더 눈물이 났습니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저를 모르는 관객 분들도 제 이름을 부르며 응원해주셨는데, 그래서 더 좋은 상을 받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32명에 든 것 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최종 7인으로 호명되니까 저도 모르게 기대가 됐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특히 저 자신에게 고마웠죠.
◆ 지난 한달 간 경기도 김포시 호텔 마리나베이서울에서 진행된 합숙 생활을 전하며 이하늬는 또 한번 감격해 눈물을 보였다. 우희준도 상황을 묘사하듯 행복했던 기억을 꺼냈다.
이하늬: 합숙 기간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다시 없을 한달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꿈 많은 또래 친구들과 모여서 뭔가를 한다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았죠. 언니들에게도,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도 배울 게 많았어요. 2주차 때부터는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까워서 잠이 안 올 정도였죠.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많은 걸 바라고 오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얻어간 것 같아요. 저 자신에 대해 알고, 저의 부족함을 직면할 수 있어 좋았어요. 특히 '셀프 브랜딩' 강의는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공장 사장님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거의 모든 일을 중단하면서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집중했어요. 이번에 딱 한달을 준비하고 대구 예선대회에 출전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미스코리아 '선'의 타이틀은 베네핏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희준: 여군이 아닌 장교 후보생, 여자 선수가 아닌 운동 선수로서의 활동을 해왔듯, 편견에 맞서고 싶어서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도전했습니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 무엇보다 희생정신을 믿은 도전이었죠. 사실 공대생에 방학 때는 군사 훈련을 받느라 늘 남자 친구들과 함께 해왔는데, 이렇게 많은 여자 친구들과 같이 생활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럼에도 제 걱정과 다르게 솔직하고 털털한 친구들 덕분에 저도 함께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제가 친구들에게 운동을 알려주면, 그 친구들은 저에게 화장법을 알려줬죠.
1차 심사 이후에 1번 번호를 뽑고 어떤 촬영이나 일정도 가장 먼저 할 때가 많았거든요. 당장은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카메라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1번이라서 가장 먼저 심사위원님들의 시선도 사로잡을 수 있었고요. 다시 카바디 선수로 돌아가도 등번호를 1번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예요. 이제 1번이라는 번호가 좋아졌어요.
◆ 이제 이하늬와 우희준은 '본선 진출자' 아닌 '미스코리아'의 타이틀과 왕관을 당당하게 얻었다. 두 사람은 행복감에 이어 책임감이라는 새로운 감정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하늬: 제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느라 새벽 3시에 잤어요. 이하늬 선배님보다 제 기사가 먼저 뜨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왕관의 무게는 '성실하고 착하게 살자'는 생각을 새삼 심어줬어요. 이제 'K-아트 스튜디오' 전광판에 제 영상이 나온다는 생각을 하니까 행복해요. 제가 선배님들을 보면서 그랬듯, 누군가 저를 롤모델로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제 대회가 끝났으니 자극적인 맛의 마라탕과 닭발도 빨리 먹고 싶어요. '미코TV' 콘텐츠로 먹방이나 쿡방을 찍어도 좋지 않을까요? 촬영 시간이 너무 길어지겠지만요. 제가 서울 지역 맛집을 꿰고 있거든요. 그리고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만큼, 저의 자연스러움, 자신감, 센스를 알릴 수 있는 K-뷰티와 공연예술 콘텐츠로도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우희준: 대한체육회와 학군사관에 소속돼 있어서 합숙 기간 중에도 모든 언행을 조심했거든요. 저 때문에 카바디와 군인이 욕 먹으면 안 되잖아요. 이제는 카바디 선수, 학군사관 후보생, 그리고 미스코리아로서 좋은 영향을 끼쳐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2년 간의 미스코리아 활동 중에도, 앞으로 '최초의 미스코리아 출신 군인'이 됐을 때도 책임감은 계속 이어질 거예요. 제가 올해 미스코리아 7명 중 맏언니인데 제가 다른 친구들을 챙겨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군인의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어요.
K-아트 스튜디오에서는 운동에 대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어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카바디 강연회는 어떨까요? 저의 외국어 능력을 살린 글로벌한 모습도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이하늬는 "저희 7명 모두 열심히 대회에 임했고, 내적으로 단단하고, 다양한 잠재력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제 '미스코리아'는 미인이 아닌 단단한 사람, 내일의 '여성 리더'잖아요.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저희 스스로를 브랜드화(化)시키면서 화려한 모습보다는 다채로운 매력과 개성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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