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애 구미시장애인종합사회복지관 직업지원팀장
“바리스타는 커피 맛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장애인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오직 실력만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행여 ‘장애인’이란 이유에서 주어질 수 있는 특혜에 대한 경계심으로 읽혔다. 장애인이 갖춰야 할 독립심과 자생력에 필요한 출발선으로 인식됐다. 이달 9일 경북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내 한 카페에서 만난 심은애(40) 구미시장애인종합사회복지관 직원지원팀장의 생각은 그랬다. 복지관내 66㎡ 남짓한 1층 로비에 들어선 이 카페에선 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뽑아낸다. 내부수리를 거쳐 매점에서 카페로 탈바꿈한 이 곳의 이름은 ‘공원로 340’. 카페 이름은 주소에서 그대로 따왔다. 지난 달 시범운영을 거친 후 이날부터 시민에게 선보였다. 이 카페가 문을 여는 데 도우미로 나선 심 팀장은 “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서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복지관과 국제로타리 3630이 합심해 빛을 보게 됐다. 싹은 2016년 복지관과 국제로타리가 사회공헌활동 협약을 맺으면서부터 틔웠다. 구미의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재활능력 향상을 꾀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다. 국제로타리에선 이 카페에 6,300만원을 지원했다.
공원로 340엔 카페와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장이 함께 들어섰다. 매년 30여명의 장애인들에게 바리스타의 꿈을 키워주기 위한 곳이다. 1기생 4명은 지난달부터 9월까지 30회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후 자격증 획득에 나선다. 신 팀장은 “앞으로는 이곳을 바리스타 검정시험장으로도 공식 등록해 장애인들이 이 곳에서 교육과 훈련, 자격증 취득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라며 향후 청사진을 소개했다.
1기생으로는 자폐성 1명, 지적장애인 3명이 참여하고 있다. 20~30대 청년인 이들은 수·금 오전 시간을 활용해 2시간씩 훈련을 받고 있다. 신 팀장은 “교육생들의 열정이 보통을 넘고 있어 자주 감동을 받는다”며 “과정들을 숙달하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스스로 동영상을 보고 공부하거나 집에서 연습을 한 후 부모와 강사들에게 직접 만든 커피를 맛 보여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커피 제조가 전부는 아니다. 장애인들은 고객응대법도 익힌다. 이 곳에서 재능기부에 나선 강사들은 장애인 바리스타의 사회진출을 위한 영역도 전수 중이다.
이 카페의 하루 판매량은 하루 50~60잔 정도. 저렴한 가격(커피1잔 1,000원대)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장애인들이 만든 커피라고 해서 싸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싶지는 않다. 신 팀장은 “최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불문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어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무엇보다 커피 맛으로 고객들을 사로 잡아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전국적으로도 장애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많다. 대구·경북에서도 경산시청과 수성구청이 장애인들이 직접 커피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 중이다. 신 팀장은 “전국의 많은 장애인 카페를 직접 답사하고 장단점을 분석했다”며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신 팀장의 목표는 ‘공원로 340’의 성공을 밑천으로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2호점을 내는 것. 신 팀장은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에서 장애인을 우선 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상은 매장에서 청소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장애인들이 만족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 공원로 340과 교육장의 목표”라는 신 팀장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열어갈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구미=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