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하원서 금리인하 필요성 강조… 한은, 18일 금융통화위 정례회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사실상 확인했다. 2015년 말부터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해 온 연준이 큰 방향을 틀면서 조만간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대열 합류도 확실시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전례를 깨고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지에 주목하고 있다.
◇파월 “고용 호조에도 인하 기조 불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미ㆍ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 세계경제 성장세 약화가 미국 경제 전망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기 지표에 대해 “실망스럽다”고도 했다.
파월은 특히 미국의 6월 고용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경기 전망과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달 5일 발표된 6월 비농업부문 고용(22만4,000명)이 전망치(16만5,000명)을 크게 웃돌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관측이 확산됐는데, 이를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미중 정상이 지난달 말 무역분쟁 휴전에 합의한 데 대해서도 “건설적인 진전이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발생한 호재들이 경기 흐름을 바꿀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 것이다.
시장은 파월이 이달 30~31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현행 연 2.25~2.50%)를 내릴 것을 사실상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7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고, 주요 IB 중 유일하게 이달 금리동결을 점쳤던 씨티도 입장을 바꿨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7월 금리인하 확률도 100%다.
◇한은, 연준에 앞서 금리 내리나
연준이 금리인하 시기까지 구체화하면서 세계적인 통화 완화 흐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향방에 촉각을 세워온 각국 중앙은행들은 하반기에 대거 동반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연준에 앞서 오는 18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뜻을 밝히고,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최소 2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를 주장할 거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은의 금리인하는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
이런 가운데 파월 발언을 계기로 한은이 이달 인하를 단행할 거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다수설인 ‘8월 인하론’의 핵심 근거가 ‘연준의 입장 확인’이었는데, 파월이 이달 금리인하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이 조건이 충족됐다는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인하 전망은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조정한 적 없다는 경험에 기댄 것”이라며 “호주나 일부 신흥국은 이미 기준금리를 내린 점, 한미 모두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에 따라 시중금리가 기준금리를 한참 밑도는 점 등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여건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7월은 금통위 회의와 함께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달이라는 점도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한은은 이번에 올해 경제성장률(현행 2.5%) 및 물가상승률(1.1%) 전망치를 모두 낮출 게 확실시되는데, 이에 맞춰 금리를 내리면 여러 모로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가 이른바 ‘폴리시믹스(정책 조합)’를 명분으로 금리 인하 요청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점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더는 늦추기 힘든 상황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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